외국인이 韓증시 팔면서도 SK이노베이션은 사들인 이유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22.06.19 09:00

[종목대해부]5~6월 폭락장에서도 외국인+기관 4300억어치 사들여

편집자주 |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투자손실에 시름하는 이들이 많다. 이번 폭락장은 경제 시스템 전반의 문제에 기인한다.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 금리인상과 가상자산 시장의 붕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공급부족, 끝나지 않은 코로나19(Covid-19) 등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악재가 한번에 불거졌다. 비단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전세계 증시가 함께 폭락한 상태다.

국내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는데, 이는 한국 때문이라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의 자금경색을 우려한 영향이 크다. 당분간 국내 증시전망도 비관적일 수 밖에 없다. 투 자자 입장에서는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운 시기이지만, 향후 대응책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시장을 둘러싼 악재가 하나 하나 걷히면 반등할 종목으로 포트폴리오 변화를 미리 구상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준비를 해 놓느냐 아니냐에 따라 반등국면에서 손실 회복율이 극단적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이번 증시폭락 여파로 적정 밸류에이션 이하로 주가가 하락한 기업들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이 있는데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극단적으로 저평가 된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들이 폭락장에서 삼성전자를 팔면서도 사들인 몇 안되는 종목이기도 하다.


국제유가 급등하며 역대급 정제마진 발생, 1분기실적 사상최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SK이노베이션은 1962년 설립된 대한석유공사를 전신으로 한다. 공공기관 민영화 과정에서 1980년 선경(현 SK)이 인수했고 사명은 유공, SK(주), SK에너지를 거쳐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SK그룹의 석유화학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의 사업구조는 크게 △석유개발 △석유 제조판매 △화학 △윤활유 △배터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요 자회사는 SK어스온(베트남 등 원유, 천연가스 생산), SK인천석유화학(PX 생산), SK에너지(휘발유 등 석유제품),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 PX 등 석유화학 제품생산), SK아이이테크놀로지(2차전지 분리막), SK온(전기차용 배터리), SK루브리컨츠(윤활기유 생산, 지분율 60%) 등이 있다. 이 회사들은 SK루브리컨츠를 제외하고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다.

지난해 연간실적 기준 매출액은 △석유사업 63% △화학사업 20% △윤활유 사업 7% △배터리 사업 6% △소재, 석유개발 및 기타 4%로 구성돼 있다. 이익에 미치는 영향도 석유사업과 화학사업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실적과 주가는 정제마진과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받는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은 SK이노베이션 같은 기업들에게는 큰 악재인데,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나 화학제품 가격이 오르면 이익이 늘어난다. 아울러 미리 들여온 원재료의 재고가치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플러스 알파가 생긴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 연말 배럴당 75.66달러에서 이달 8일 122.11을 기록했다. 현재는 107.99로 상승폭을 다소 반납하긴 했으나 연말보다는 50% 가량 높은 가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각국 봉쇄가 해제되면서 석유와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큰 영향을 미쳤다.

고공행진하는 국제유가를 따라 정유사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순수 정유주인 발레로, 마라톤 오일은 역사상 최대 주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S&P 500지수 종목에서도 에너지 부문의 올해 주가상승률은 40% 이상이었다. 지난 5월 중순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 사우디아람코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업체로 등극하기도 했다.

국내 정유사들의 주가도 신바람을 냈다. 지난 연말 8만5700원이었던 S-OIL은 이달 초 12만3000원으로 최근 4년중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적이 워낙 좋다보니 주가가 자연스럽게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S-OIL은 올해 1분기 매출액 9조2870억원, 영업이익 1조322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둘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3.8%, 영업이익은 111.7% 올랐다. 전분기와 비교했을 때는 매출액 12.0%, 영업이익 240.4% 급등했다.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을 정제마진이라고 하는데, 업계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올해 정제마진은 1월 1주 배럴당 5.9달러에서 3월 4주 13.87달러까지 올랐고 4월말에는 18.67달러로 급등했다. 국제유가 상승세를 보면 2분기에도 정제마진이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도 역대급이다. 1분기에 매출 16조2615억원, 영업이익 1조64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72.9%, 182.2%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의 90% 이상이 석유사업에서 나왔다. 2분기에도 1분기 못지않은 수치가 나올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 전년 동기대비 182.2%↑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28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52.7%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인 9400억원을 크게 상회할 전망"이라며 "수출주에 우호적인 환율 효과, 국내 경쟁사 생산차질 및 역내 석유제품 공급 부족 현상으로 높은 수익성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고평가이익도 여전하다는 평가다. 재고자산 평가시 S-OIL은 선입선출법을 사용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총평균법을 이용한다. 선입선출법은 먼저 구매한 원유의 가격부터 원가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총평균법의 경우 분기 초에 있는 재고와 그 분기 매입의 평균을 내서 매출 원가로 반영하기 때문에 유가의 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 특징이 있다. 반면 선입선출법은 판매하고 남은 재고에 최근 가격을 적용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를 때 유리한 반면, 떨어질 경우 손실을 보게 된다.

2분기에는 S-OIL보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S-OIL은 지난 5월 울산 온산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생산차질이 빚어졌고, 이에 따른 역내 석유제품 공급부족 현상도 SK이노베이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주가다. 실적은 더 할나위 없는데 주가가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S-OIL 주가가 고공행진 하는 와중에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연말 23만8500원에서 올해 1월 27만8500원으로 오른 뒤 현재는 22만원 중반으로 내려 앉은 상태다. 같은 기간 S-OIL 주가흐름(8만5700원→9만9400원→11만5500원)과 크게 대조된다.

증권가에서는 전세계 정유회사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가장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1위 정유업체 발레로 정제능력(일일 315만 배럴)의 약 37% 수준(115만배럴)인 SK이노베이션의 6월 시가총액은 발레로의 29%에 불과하다"며 "자원개발 매장량 3억8000만배럴을 비롯해 세계시장 점유율 8.3%인 배터리사업의 가치도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싼 정유주, 쓸어담는 외국인+기관



비정상적인 상황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배터리 사업적자가 약세원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사업부문이 연내 흑자전환을 이룰 것으로 봤으나 1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 반도체 부족 이슈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이슈로 예상보다 생산차질이 빚어졌고, 초기설비 가동에 따른 고정비 상승 및 판가연동이 되지 않은 원자재, 소재 가격 상승이 겹쳤다. 이런 상황이 2분기에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2차전지 흑자전환이 내년 상반기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러나 2차전지 흑자전환 시점이 늦어졌다는 점을 주가약세의 결정적 배경으로 꼽는 논리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2차전지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팩터이지 디스카운트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보다는 시장이 급락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며 개인 투자자들의 매물 악순환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외국인들은 5월부터 현재까지 SK이노베이션 주식을 134만주 이상 순매수했고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58만여주를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사들인 주식을 현재 주가로 산정하면 4300억원을 훌쩍 넘는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의 삼성전자 순매도액이 4조원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신성장 동력인 배터리사업 생산능력을 현재 약 5GWh(기가와트시)에서 2025년까지 2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2023년부터는 밸류에이션 높은 2차전지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의 이익 기여도가 확대되면서 기업가치 확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가 제시하는 SK이노베이션 목표주가는 27만~41만원 구간에서 형성돼 있다. 하단을 기준으로 해도 현 주가보다 20% 이상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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