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새 정부 규제개혁의 성공조건

머니투데이 곽노성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 2022.06.19 09:30

UFO칼럼

지난 14일 국무총리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하고 규제심판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새 정부 규제혁신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그간 대통령이 지속해서 규제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해왔기에 벤처를 비롯한 경제계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곽노성 객원교수
규제개혁은 정권이 출범할 때면 항상 국정에서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고 결국 대통령 임기가 절반을 지날 때면 슬며시 국정 우선순위에서 사라졌다. 이번 정부도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역대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첫째, 기업 애로 규제에 집중하면 안 된다. 애로 규제가 가리키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현장에 있는 기업은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문제가 왜 생겼는지, 정말 그 규제만 해결하면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는지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애로 규제는 특정 기업에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개선 효과도 제한적이다. 오히려 여러 규제가 얽혀 있는 덩어리 규제가 시작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면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이해집단이 복잡할수록 더욱 그렇다. 큰 이슈가 나오면 모든 관심이 거기에 집중되고 연관된 작은 이슈는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풀려나간다.

현실에 순응하는 기업의 특성 또한 애로 규제에만 집중하면 안 되는 이유다. 3년 전 경제계는 환경부의 무리한 화학물질 안전규제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다. 일본과의 반도체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산업계는 제일 먼저 할 일이 화학물질 규제개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제 경제계는 포기한 듯싶다. 더는 큰 폭의 화학물질 규제개혁을 주장하지 않는다.

둘째, 규제개혁 논의를 제도개혁으로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단체는 비대면 의료 규제 완화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의사의 책임이나 환자의 안전도 있지만, 무엇보다 병원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리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들 모두 비대면 의료를 도입하고 있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명분론은 먹히지 않는다. 병원 경영과 직결된 건강보험 수가까지 논의 범위를 넓혀야 해결할 수 있다.


반도체 인력양성도 마찬가지다. 학부생이 부족하면 수도권의 대학정원 규제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석박사 전문인력 부족이 문제라면 규제 개선은 답이 아니다. 연구개발 인력양성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규제개혁 논의는 종종 정부 조직 개편을 수반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비슷한 제품도 우유 함량에 따라 규제가 달라지는 등 여러 부처가 식품안전관리를 담당해서 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이 문제는 2013년 식품안전관리가 식약처로 통합하는 정부 조직 개편으로 해결되었다.

셋째, 덩어리 규제개혁의 성공은 규제혁신추진단에 달려 있다. 규제혁신 전략회의가 방향을 정하는 운전대라면 규제혁신추진단은 엔진이다. 방향은 대통령이 전략회의에서 정할 수 있지만, 논의 안건은 추진단이 만든다. 좋은 안건을 만들면 원하는 만큼 강력한 개혁을 할 수 있지만, 안건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아무리 대통령의 의지가 강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추진단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강한 팀워크와 구성원의 소명의식이다. 정부 공무원에게 규제개혁은 큰 부담이다. 규제개혁을 주도하는 그룹에 호의적이기 어렵다. 기획단은 이해단체의 인신공격성 반발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각종 이해관계가 모이는 국회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그간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설상가상 전세계적 경기침체가 시작되고 있다. 이제 규제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아무쪼록 이제 시작하는 새 정부의 규제개혁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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