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10년, 미국산 소고기 지난해 2.8조원어치 먹었다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22.06.18 07:00
지난해 국내에서 미국산 소고기 소비량이 2조8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된 지 10년만에 한국은 미국산 소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로 올라섰다. 소득 증가로 인해 소고기 소비는 늘고 있지만 한우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는 것이 미국산 소고기 소비 증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1 농림수산식품 수출입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액은 21억7192만달러(약 2조8039억원)를 기록, 전년 대비 19.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소고기 수입액 38억590만달러(4조9134억원)의 57.1% 수준이다. 나머지 36.5%는 호주산, 2.8%는 뉴질랜드산 소고기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1등 소비국가다. 미국 농무부와 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지난해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이 됐다. 그동안 미국 소고기 1등 수입국이었던 일본은 지난해 한국보다 약 4억 달러 적게 수입했다. 한국의 미국 농수산 수입품목 전체 수입액이 105억5350만달러임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수입하는 먹거리의 20%가 소고기로 수입되는 셈이다.

미국산에 힘입어 소고기는 국내 농림수산식품 수입품목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옥수수를 비롯해 식료품, 돼지고기, 펄프, 밀, 커피 등은 수년째 소고기 수입액을 따라잡지 못한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액이 증가하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한우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의 영향으로 미국산 소고기 가격도 급등했지만 여전히 한우에 비하면 저렴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 소갈비 1+ 등급의 100g당 평균 소비자가격은 7371원인 반면 수입 소고기의 가격은 4402원이다.


가격 경쟁력은 관세에서도 나온다. 한미 FTA 영향으로 지난해 13%였던 관세는 올해 10.6%로 낮아졌다. 내년이면 8%가 적용되고 2026년이면 무관세가 된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소고기 소비량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2010년대까지 2배 가까운 격차가 났던 쌀과 육류 소비량은 2019년부터 거의 비슷해졌다. 2020년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53.7kg으로 쌀 소비량 57.7kg에 근접했다.

반면 한우는 소고기 등급제를 거치면서 가격 경쟁력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마블링 기준 완화로 1+ 등급이 1++ 등급이 가능해지면서 가격인상 효과가 났다. 한우 농가 소득 보전을 소비자에게 부담시켰다는 장바구니 여론과 함께 주부들이 선뜻 구입하지 못하는 식재료가 됐다.

한우업계는 무엇보다 미국산 소고기의 품질 경쟁력이 높아진 점에 주목한다. 그동안 한우는 냉장육이 많고 수입산은 냉동육이 많았지만 최근 수입 냉장육 수입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축산시장에서 냉장육은 냉동육에 비해 고급육으로 통한다. 황명철 전국한우협회 한우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가정 내 소비육인 미국산 냉장육이 크게 늘어났다"며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높아진 것도 냉장육 비율이 높아지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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