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 반도체 전문가들이 모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호령'에 마음이 급해진 교육부가 마련한 포럼 참석자들이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악순환의 고리'를 지적했다. 부족한 교수진 등 구조적인 문제 탓에 정부의 의지대로 반도체학과 정원을 늘리더라도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이날 포럼 주제발표에서 "서울대만 해도 공대 교수 330명 중 반도체 전공 교수는 10명 남짓"이라며 "대학에서 반도체를 가르치는 교수가 없고 교수를 뽑지도 않다 보니 대학원생과 학부 과목이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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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계약학과도 현실성·효용성 없다"━
그러면서 "교수로 선발되면 연구를 해서 실적을 내야 하는데 계약학과는 학부생만 있으니 연구를 할 수 없고 우수교수를 뽑을 수도 없다"며 "설령 계약학과가 지속된다고 해도 주어진 교수 정원 내에서 교수를 선발하려면 타 학부 학과의 교수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산업 고급인력은 내년부터 10년 동안 5565명 부족할 전망이다. 현재 반도체를 연구하는 교수는 400~500명이다. 올해 기준 정부의 반도체 연구비 총액과 산학 지원금은 각각 500억원이다. 대학원생 1명을 육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억원이다. 산술적으로 연간 1000명을 육성할 수 있다.
황 교수는 "지배적 강자가 존재하지 않는 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도전적 연구가 필요하다"며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들더라도 반도체를 연구하는 교수가 충분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해 박사급 고급 인력을 키워내는 것만 현재 유일하게 가능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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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교수 부족" 전문가들 한목소리 ━
김형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계약학과 교육이 오래된 정보나 지식들로 이뤄지면 유명무실하다"며 "교육이 충분히 되려면 세계적인 지식이나 정보에 대한 업데이트된 신진 교수가 필요한데 그런 교수들은 고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교수 정원(T/O·table of organization)를 확보하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교육부 국·과장급은 이날 포럼 현장에 직접 참석했다. 나머지 교육부 직원들도 영상회의로 포럼에 참여했다. 영상회의에 접속한 인원은 400여명을 넘었다. 교육부는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해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양성 지원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날 교육부 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인재양성 특별팀'도 가동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인재양성을 중요한 책무로 인식하고 교육부의 핵심 업무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라며 "반도체 인재양성에 대한 여러 전문가들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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