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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경영성과, 미중에 역부족━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선정된 한국 기업의 합산 매출은 2011년 6601억달러에서 2021년 8044억달러로 늘었다. 연평균 성장률 2%다. 같은 기간 중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11.94%(2조8906억달러→8조9236억달러), 미국은 2.35%(7조6505억달러→9조6500억달러)로 모두 한국보다 높았다.
매출로 빗대어 본 경영성과 뿐 아니다.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된 기업 수도 10년 사이 한국은 14개사에서 15개사로 1곳 느는 데 그쳤다. 6개사가 신규 진입했지만 기존 500대 기업에 포함됐던 5개사가 이탈하면서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500대 기업 리스트를 지킨 한국 기업 9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5곳의 순위가 떨어진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순위가 2011년 22위에서 2021년 15위로 오른 반면 현대차, SK, LG전자, 포스코는 모두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61개에서 135개로 74개가 늘어났다. 미국은 133개에서 122개로 11개가 줄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10년 사이 글로벌 시장에선 소프트웨어 중심 신기술과 신산업이 발전했지만 한국은 대부분의 기업이 여전히 기존 제조업 중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순위가 뒤처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 변환과 4차 산업 혁명 등 산업구조 변화의 흐름을 지금이라도 따라잡지 못하면 기업 경쟁력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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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서운 성장세…미국, 전통 강자 유지━
전문가들은 지난 10년 사이 글로벌 기업 경쟁력이 미국과 중국의 '빅2' 중심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심화하면서 미중 사이에 낀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해졌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500대 기업의 매출 총액 가운데 미국과 중국 기업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른다.
개별기업을 살피면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2011년만 해도 삼성전자가 22위, 애플은 111위, 화웨이는 352위였지만 10년 새 순위가 애플 6위, 삼성전자 15위, 화웨이 44위로 바뀌었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만 놓고 봐도 애플에 역전을 허용하고 화웨이와의 격차는 눈에 띄게 좁혀졌다는 얘기다. 재계에서 자칫하면 500대 기업 수와 매출이 모두 크게 줄어든 일본의 전철을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상호 전국경제연합회(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는 관영 기업 위주의 빠른 성장세를 보인 중국과 한국을 단편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이 한국의 경쟁자라는 것은 분명한만큼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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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기업 키우고, 기존 기업 경쟁력 강화해야"━
순위가 밀린 기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경련은 2021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된 업종별 한국 선두 기업과 세계 선두 기업의 R&D 집중도(매출액 대비 R&D 비용)를 비교한 결과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세계 선두 기업보다 부진했다고 밝혔다. 원자재 분야 포스코의 R&D집중도가 0.2%로 경쟁사인 중국 오광그룹(2.1%)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화학 분야의 독일 바스프는 LG화학보다 R&D집중도가 5배 높고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 토요타의 R&D 집중도는 현대차보다 3.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전반적으로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이 사업 분야와 범위를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거세다. 이 팀장은 "한국은 일반 R&D 세액공제율이 2%인 데 비해 미국은 7% 가까이 된다"며 "그밖에도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진입 제한과 중소기업 적합 업종 규제 등 기업 규모에 따른 차별 규제가 많아 기업들의 활동 범위가 지나치게 구속돼 있다"고 지적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창업 생태계 확산과 산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통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새로운 글로벌 기업들이 탄생해야 한다"며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규제완화 등 새로운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 대기업 집단 규제도 완화해 기업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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