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이재명 패인과 숙의민주주의

머니투데이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 2022.06.14 02:03
채진원 교수
선거패배로 위기를 맞은 더불어민주당이 우상호 의원이 이끄는 새 비대위를 출범했다. 우상호 비대위는 8월 전당대회 관리, 대선·지선평가, 팬덤정당 개혁, 공천개혁이라는 중대과제를 안게 됐다. 시급한 것은 '졌지만 잘 싸웠다'는 아전인수식 대선평가에서 벗어나 유권자의 시각에서 패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는 일이다. 우선 이재명 후보의 리더십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숙의민주주의 관점'에서 선거란 후보와 유권자 간에, 후보와 후보 간에 대화와 토론을 통해 국정운영의 정책과 비전이 무엇인가를 숙의하기 위한 '공감과 약속의 과정'이기에 포퓰리즘 경쟁이나 네거티브 캠페인이 아닌 정책토론이 중요하다. 과연 이재명 후보가 숙의민주주의에 충실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대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았다는 점에서 윤석열 후보의 자질과 캠페인이 좋아서 이재명 후보가 졌다기보다는 반대로 이 후보의 포퓰리즘과 네거티브 캠페인이 중도층 흡수 등 국민적 공감에 실패해 윤 후보가 신승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의 리더십이 조금만 더 신중했으면 역전할 수도 있었다.

이 후보가 정치경험이 없고 정책경쟁력이 약한 윤 후보를 상대로 불과 0.73%포인트로 석패했다는 것은 역으로 포퓰리즘과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 중심의 정책선거를 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대선결과의 의미를 '윤석열 후보의 주체적 승리'라기보다 '이재명 후보의 패배'로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배경 때문이다.


첫째, 윤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정권유지'에 비해 '정권심판'이나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대략 60%대로 높았음에도 2위와 격차가 0.73%포인트로 역대 최소여서 국민열망에 부합하지 못했다. 둘째,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해 '정권교체론'의 바람을 차단하는 우호적 조건이었음에도 윤 후보에게 석패했다. 셋째, 이 후보는 이대녀와 이대남의 대결을 부른 것처럼 2030 청년들의 고통을 외면했다. 그들이 겪는 비정규직 임금차별과 일자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제' '호봉제 철폐와 직무급제 도입' 그리고 문재인정부가 실패한 부동산정책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재명 후보는 윤 후보와 경쟁에서 쥴리논란, 김건희 녹취록, 김만배 녹취록, 대장동 의혹 등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 그리고 기본소득 등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통제하지 못하고 TV 정책토론을 주도하지 못해서 패인을 자초했다. 특히 이 후보는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 등의 '징벌적 과세주의'가 임차인과 구매자에게 세금 인상분을 전가해 집값과 전월세 폭등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바로잡는 데 실패했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포퓰리즘과 네거티브 노선에서 민주당의 패인을 찾는다면 민주당은 대선패배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은폐하기보다 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이 후보의 당대표 출마를 자제시켜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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