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 날아간 뒤 팝콘 방사포?…尹대통령 안보 딜레마왔나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22.06.13 15:39

[the300]안보의 정치화 논란史

불상과 북한 발사체를 합성한 이미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2일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북측의 첫 방사포 발사와 관련한 대응 회의를 개최했다는 소식을 발사 포착부터 12시간을 넘긴 시점에 공개한 것을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3월22일 북측의 방사포 발사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대응을 두고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시사했던 구도가 뒤집어진 것으로 이번엔 윤 대통령이 '부실 대응' 비판을 받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 자신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 인사들이 대선 기간부터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부각하기 위해 내놓은 시도들이 딜레마를 안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북측의 방사포 대응에서 보듯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비교했을 때 방사포 대응에 별다른 묘책을 내놓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윤석열 정부가 북측의 모든 무력시위에 일일이 대응할 경우 긴장이 유발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당선인 3월 방사포 땐 "명백한 군사합의 위반이죠?" 엄중성 부각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송강호) 수상작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기 전 팝콘을 먹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6.12/뉴스1
문재인 정부 때인 3월20일 북한 당국이 오전 7시20분 전후부터 약 1시간에 걸쳐 평안남도의 모처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 4발을 발사하자 서주석 국가안보실1차장은 오전 9시30분부터 10시까지 긴급관계차관회의를 열었다. 방사포는 9·19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었지만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은 3월2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첫 간사단 회의 현장에서 "이건 명확한 위반이죠? 안보 사항에 대해서 빈틈없이 좀 잘 챙겨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같은날 국회에 출석해 "합의한 지역은 아니다"며 9.19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음에도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위협적인 의도가 분명하고 9.19 합의 정신 위배가 명백해 보인다"고 '9.19 정신 위배'를 명시한 논평을 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월 26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맞아 전날 열병식을 성대히 거행했다면서 각종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등 다양한 무기체계를 공개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열병식 연설에서 핵 무기의 실제 사용 능력을 과시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사태의 엄중성을 부각하기 위해 '정신 위배'를 언급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12일 북한 당국이 오전 8시6분부터 11시3분까지 방사포 5발을 발사하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도 문재인 정부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대응을 보였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차장이 주관한 오전 10시30분부터 '안보상황점검회의'라는 회의를 열었을 뿐이다. 북한의 방사포 발사 시간 2시간 24분 이후 열린 회의로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하면 방사포 발사 시점부터 회의를 연시간도 약 2시간 이후로 거의 비슷했다.

대통령실이 회의 사실을 공개한 시점은 밤 11시를 넘긴 때였다. 문재인 정부 때 회의 시작 이후 3시간여가 지난 상태에서 공개한 것보다 늦은 '심야 공개'였다. 윤 대통령은 늑장 공개 논란이 일자 이날 "방사포가 미사일에 준하는 것이면 거기에 따라 조치하겠지만, 방사포는 미사일에 준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 필요한 대응을 한 것"이라고 했다.


김병주 "1차장 주관 안보상황 점검만" 비판…실제로는 文 정부때도 1차장이 회의 주관



(서울=뉴스1) =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2020.10.7/뉴스1
그러자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북한 도발에도 영화 보며 팝콘 먹는 윤석열 대통령의 무책임한 자세 아래 국민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며 전날 윤 대통령의 영화 관람 일정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 국가안보실장도 아닌 제1차장 주관의 안보상황 점검회의만 겨우 진행하고 사후에 대통령에 보고했다고 한다"고 했다.

다만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도 방사포 대응 회의를 국가안보실 1차장이 논의했다는 점은 거론하지 않았다. 방사포는 사거리가 짧고 고도가 낮기 때문에 초대형 방사포(kn-25)를 제외하면 우리 군 당국이 탄도미사일로 간주하지 않는다.



탄도미사일이 안보리 결의 위반…윤석열 정부 '도발'로 격상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에는 '어떤 추가적인 핵실험 또는 탄도미사일발사도 시행하지 않도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요구한다'는 조항이 실려 있다. 붉은색 밑줄은 기자가 표시.
반면 탄도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에 해당하며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문재인 정부 때 표현인 '위협'과 달리 '도발'로 규정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위협'으로 규정했던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도발'로 격상되고, 문재인 정부의 '도발'은 윤석열 정부에서 '직접적 도발'로 차별화한 것이다.

또 윤석열 정부는 북측의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식별 초기 공지인 1보부터 '탄도미사일'임을 적시하고 남측으로 날아오지 않는 미사일도 '도발'로 규정하는 등 선명한 입장을 부각해 왔다. 문재인 정부 때 '불상 미상 발사체'와 같은 표현을 1보에 사용한 것을 윤석열 정부 인사들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문제시한 결과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불상 발사체'라는 1보를 날리곤 했다. 문재인 정부가 애매모호한 표현을 쓴다는 의미에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는 불교의 불상과 북측의 미사일을 합성한 이미지가 올라오곤 했지만 실제론 다른 보수 정권도 같은 1보를 날렸던 셈이다.

윤석열 정부식 대응으로도 북측이 7차 핵실험을 단념하거나 무력 시위를 그만둘지는 미지수다. 북측은 지난 5일 평양 순안, 평안남도 개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함경남도 함흥 일대 등 4곳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을 2발씩 총 8발을 무더기로 발사했는데 한미가 연합해 핵 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연합 훈련을 벌였다고 발표한 이후 시점이었다.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25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와 일본 순방 일정을 마친 뒤 떠나자, 북한은 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총 3발을 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번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2022.5.25/뉴스1
북한은 지난달 25일에는 대미 압박용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대남 압박용 SRBM(단거리탄도미사일)을 순차적으로 발사하는 도발도 감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편 비행기를 탔던 시점으로 미 본토에 도착도 하기 전 미사일을 날린 것이다. 북측의 7차 핵실험, 잦은 도발은 특히 2019년 하노이 노딜(제2차 북미정상회담 공동 합의 불발)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대북 유화적인 태도를 고수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다만 국방·안보의 정치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하는 전 정권 인사도 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나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은 도발이라는 개념은 군사적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위협과는 명확히 구분했다"며 "정치적인 도발의 개념과 군사적 도발의 개념은 다르고 우리가 군사적 대응 수위를 조절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정치적 도발 군사적 도발이 표현 상에서 제대로 구분이) 안 된다. 무조건 북한에서 뭘 쏘는대로 대응하면 나중에 결국은 스스로 자기 발에 족쇄를 채우는 것밖에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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