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주고 모셔온 개발자가 '월급루팡'…IT업계 "근태점검 골머리"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22.06.13 06:09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IT(정보기술)업계가 전면 재택근무를 도입하면서 근태 점검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해 개발자 인력난 등으로 옥석을 가리지 않고 채용을 서두른 역효과다. 저성과자와 근태불량자 등이 생산성을 떨어뜨리지만 이를 정확히 걸러낼 시스템은 갖추지 못했고, 비대해진 인력구조와 지나친 인건비가 수익성을 발목 잡으면서 고민이 더욱 깊다. 일부 기업에선 근태점검 시스템을 도입해 합법적인 정리해고 방안을 찾고 있다는 소문마저 돈다.


웃돈 주고 모셔온 대규모 개발인력…성과는 '갸우뚱'


12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1~2년간 주요 IT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폭증했는데 성과는 그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인력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업계 평판조회 등 정밀한 채용과정을 거치지 않고 다소 서둘러 충원에 나선 후폭풍이다.

이에 일부 저성과자나 근태불량자들이 주요 IT기업에 조용히 입성했다. 이들은 코로나19(COVID-19)로 전면 재택근무가 시행되던 시기에 대거 입사했기에 근태나 성과를 점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카카오는 최근 근태점검 시스템을 도입하려다 직원 반발에 부딪혀 남궁훈 대표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주요 게임사들은 근태 점검을 위해 전면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속속 출근을 지시하고 있다. 개발자를 대거 채용했음에도 연이어 신작 출시일정이 미뤄진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다른 IT기업들도 근태 점검 시스템을 마련중이다.


인건비 폭증…정리해고 검토하나


카카오 제주도 본사 스페이스닷원. /사진=윤지혜 기자
IT업계의 이 같은 근태점검 기조는 최근 급증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인력 구조조정으로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네이버(NAVER)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88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 지난해 4분기보다 10.8% 줄었다.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데 따른 주식보상비용이 70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152.4% 폭증한 영향이 컸다. 올해부터 3년간 전직원에게 1000만원어치의 네이버 주식을 뿌린 '스톡그랜트제도'가 도입돼 앞으로도 인건비 부담은 이어질 전망이다.

카카오 역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58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 늘었으나, 영업이익률은 12.5→9.6%로 줄었다. 지난해 1분기보다 영업비용이 36% 늘어났는데, 이 중 인건비만 4120억원이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 크래프톤 등 주요 게입업체들도 인건비가 대폭 늘고 있다. 크래프톤이 지난해 700명 넘게 신규 채용하는 등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세자릿수 채용과 기존 직원 처우 개선을 동시에 진행했다. 넥슨은 지난해 1분기 인건비가 전년 동기 대비 19%, 넷마블은 30% 늘어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 IT기업들은 올들어 채용을 중단하거나 기존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전면 재택근무로 나태해진 근무태도를 고강도로 점검하다보면 자연스레 정리해고의 근거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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