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VC)들의 투자가 극도로 신중해지면서 스타트업들이 장기간 '투자 혹한기'를 겪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의 경우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이 투자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국내 스타트업 민관협력 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2022'에 참석한 CVC 관계자들은 위축된 투자환경 속에서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임수진 두나무앤파트너스 파트너는 "많은 VC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연말까지는 지켜보겠다고 하는데 지금 투자할 기회가 있는 스타트업도 있다. 위기가 오기 전부터 좋은 팀을 꾸리고 사업을 만들어온 스타트업들"이라고 말했다.
임 파트너는 "이들의 펀더멘탈(기초)이 약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물론 투자 기준이 더 높아지는 것은 있다. 두나무앤파트너스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투자 비중을 줄인다기보다는 더욱 선택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 맞는 말"이라고 했다.
두나무앤파트너스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2018년 설립한 투자전문 자회사다. 두나무의 핵심사업 분야인 블록체인과 핀테크 생태계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핑크퐁 아기상어'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더핑크퐁컴퍼니의 CVC인 스마트스터디도 IP나 콘텐츠 등에서 협업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는 지속 투자하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시장이 조정되면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나 회사의 성장성에 대해 더욱 잘 평가할 수 있는 VC들이 경쟁력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비상장기업에 계속 투자해왔던 VC에게는 오히려 지금이 투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과 GS리테일 등 오래전부터 CVC를 운영해오던 곳들도 투자환경 위축에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며 협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세계그룹 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임정민 투자총괄은 "우리는 유통·패션·뷰티 영역뿐만 아니라 기존의 사업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산업에도 투자한다. 그룹에 필요한 전략적 투자는 별도의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어 투자한다"고 했다.
이성화 GS리테일 신사업부문장 상무는 "인프라 등 핵심 경쟁력 강화,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 신사업 성장 등 핵심 아젠다를 스타트업 생태계와 협업해 해결하겠다"며 "상호 시너지에 집중해 투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Early) 단계부터 성장(growth), 엑싯(exit, 투자금 회수)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롱텀(Long term) 파트너로서 창업자 곁에서 함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동반자가 되겠다.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 성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벤처투자와 사모펀드 투자의 경계가 흐려지고 CVC가 늘어나는 등 비전통적 투자금이 크게 증가했다"며 "해외 자금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그 자리를 메울 것이라 본다"고 했다.
최 센터장은 "기업들은 '투자 겨울'이 오기 전에 이미 위기를 겪었다. 지금은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며 "CVC가 투자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길 기대한다. (스타트업들은) 대기업의 인수합병(M&A)으로 엑싯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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