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방과후학교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를 명시한 법안이 또다시 철회됐다. 체계적·안정적 운영을 위해 법제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교원단체는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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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환·강득구 의원, 개정안 결국 철회…교총 "정규교육활동 위축"━
강 의원은 지난달 17일 학교장이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지도강사를 채용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교육감이 방과후학교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국회 입법예고 게시판에는 1만여개의 반대 의견이 달렸다.
이어 이 의원 등 10인도 지난달 20일 '학교가 교육과정 운영 이후에는 방과후 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방과후 과정의 체계적 운영을 위해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이 기준·내용을 정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개정안에도 5000여개의 반대 의견이 표명됐다.
두 개정안 발의는 모두 철회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의 거센 반대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총은 △법 개정 결사 저지, 철회 촉구 성명 발표 △초·중·고 전 회원 대상 반대의견 개진활동 독려 △의원실에 철회 촉구 건의서 전달 등 전방위 활동을 폈다. 앞서 교육부도 2020년 방과후학교·돌봄교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교원단체들의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이들은 현재 학교가 관행처럼 맡고 있는 방과후 과정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교총 관계자는 "교육기관인 학교에 사교육, 보육을 관행처럼 떠넘기면서 오히려 정규교육 활동이 위축되고 교원은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방과후 강사의 요구 등으로 학교가 노무투쟁의 장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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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맡아야" vs "지위 명문화 필요"━
문제는 현재 방과후 과정의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체계적 운영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유아교육법의 경우 △유치원의 방과후 과정 운영 권한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이 기준·내용 지정 권한 등이 명시돼있다.
교총 등 교원단체들은 학교가 장소 등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지방자치단체가 방과후 과정을 책임지는 형태가 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가 운영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방과후강사들은 고용 불안, 차별 근절, 공공성 강화를 위해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원단체 반발이 심하지만, 학생,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학교가 제일 안전하고 믿음직하기 때문에 학교가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원들이 우려하는 업무 부담 가중 문제는 법제화를 하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급식처럼 별도의 행정·교육 라인을 구축하면 교원 업무 부담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학교장 결제 자체가 부담이 된다고 하면, 해당 업무를 책임질 교감·부장을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방과후 과정에서 학생들이 사실상 방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오후 3시나 6시까지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다고 하면, 그 시간 동안 가급적 수업은 하지 말고 취미·놀이 활동을 할 수 있다"며 "현재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제화 이후에 이런 논의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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