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는 합격 후 지방의 한 도청에 배치됐다. 하루 5~6건 민원을 받았다. 최근에는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항의를 받았다. 한 시간쯤 들어주다가 '서면으로 내용을 정리해달라'고 했다가 불친절 민원 신고를 받았다. 정씨는 "위에서는 '그냥 참으라'고만 한다"고 했다. 업무가 몰리면 야근도 잦았다. 밤 10~11시까지 근무하기 일쑤였다. 같은 공무원인 여자친구와 한달 동안 못 볼 때도 있었다.
정씨는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몇 점이냐는 질문에 "2점"이라 답했다. 그는 "정년이 보장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기에는 힘에 부친다"고 했다. 정씨 주변에선 이직을 원하는 공무원 동기, 후배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과거 공무원은 청소년들 '장래희망'에 항상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철밥그릇'이라고 불릴 정도로 안정적이고 '워라밸'을 누릴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공무원 지원자는 눈에 띄게 줄어 인기가 예전만 같지 않다. 현직 공무원들은 인기가 떨어진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머니투데이가 만난 공무원들은"'처음 시험을 준비할 때 공무원은 △퇴근이 철저하다 △경쟁이 덜 치열하다 △시험 준비가 수월하다 △안정적이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기대와 많이 달랐다. 서울시의 한 구청에 근무하는 9급 공무원 A씨(26)는 "워라밸이 생각 이상으로 깨져있다"며 "이에 비해 봉급은 매우 약소하다"고 했다.
한 초등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는 이모씨(31)는 "최근 면년간 공무원 봉급 인상률이 물가 인상률을 밑돌았다"며 "대기업에 간 친구들의 연봉과 비교하면 자괴감을 느끼기까지 한다"고 했다.
업무의 난이도 또한 결코 낮지 않다. 공무원들은 민원 응대 스트레스가 크다는 반응이 두드러졌다. 지방 교육청에 근무하는 8급 공무원 B씨(29)는 서류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민원인을 돌려보냈다가 "네가 뭘 잘못했는지 고민해보고 전화달라"는 말을 들었다.
민원인으로부터 "네가 뭔데 날 하대하나", "공무원의 6대 의무를 대보라", "너가 그중 지킨 게 하나라도 있느냐"는 말을 듣고 나서 대인기피증까지 생길 정도였다. B씨는 "이제 사람을 마주하기 힘들다"고 했다.
공무원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지던 '정년 보장' 역시 최근 2030세대에게는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도 공무원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C씨(25세)는 "소위 MZ세대들에게 '천직'이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잦은 이직을 통해 본인의 지향점을 찾아나가는 현실에서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공직사회 특유의 상명하복 분위기도 '비호감도'를 더한다. 특히 실적이 아닌 연공 서열로 동료가 승진할 때 받는 허탈함도 작지 않다. 8급 공무원 D씨(30)는 "최근 전화도 잘 안 받고 자리를 자주 비우는 업무 태도가 불성실한 동료가 먼저 승진해 허무했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구청에 근무하는 E씨(29)는 "지금의 공채 경쟁률은 그동안 '공무원은 좋은 직업'이란 환상이 깨져 거품이 빠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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