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기생활용품안전법) 일부 개정안을 분석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300만대, 전기차 사용 후 전지(배터리) 발생량은 10만7500대로 추산됐다. 2020년 13만5000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보급은 2025년 113만대로 급증한 이후 5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안전성 검사제도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 되고 노후 전기차가 폐차 시장에 나옴에 따라 전기차의 사용 후 배터리 배출량 역시 2025년 전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올해와 내년 전기차용 사용 후 배터리가 연간 1만9000개 가까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용 폐배터리는 성능평가를 거쳐 ESS(에너지저장장치)나 소형 이동장치 전원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현 시점까지 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성능이나 안전기준에 대한 국가 차원의 기준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의 위임을 받아 2021년 이전 구매보조금을 받은 전기차에 대한 검사와 성능평가를 하는 한국환경공단은 내부 규정에 따라 배터리 재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SOH(잔존수명) 수치 60% 이상 배터리는 ESS(에너지저장장치)나 소형 이동장치 전원 등으로 재사용하고 그 미만 수치의 경우 분해, 파쇄한 뒤 배터리 소재를 추출하는 재활용을 하는 식이다. 공단은 차량용 배터리의 재사용 여부를 결정하면 차량 연식과 배터리의 SOH값, 환율, 조정계수 등을 종합해 매각단가를 산출한다. 산출한 매각단가를 바탕으로 예비가격이 나오면 그에 따라 입찰을 하는 방식으로 차량용 폐배터리를 처분한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배터리 재사용에 대한 정부 차원의 기준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외관 검사와 성능평가 등 공단 내부 지침에 따라 SOH값 60%를 재사용과 재활용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폐배터리 배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환경공단이 모든 차량용 배터리에 대한 성능평가와 처분 업무를 맡을 수는 없다. 재사용 배터리 특성상 잔여 성능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데다 재사용 배터리의 발화나 폭발 등을 막기 위한 안전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공공과 민간 모두 차량용 폐배터리 시장을 안정적으로 조성하기 위해선차량용 배터리 분리와 수거, 성능 및 안전성 평가 등 모든 사업자가 공유할 수 있는 국가 단위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검사 의무를 규정한 전기생활용품안전법 개정안 역시 현재 국회 산중위 위원회 논의에 머물러 있다.
김희영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나 유럽 등은 재사용 배터리의 불량이나 사고 발생 시 책임소지를 명확히 하기 위한 정의부터 회수 주체, 방법론 등 기준을 만들고 있다"며 "EU(유럽연합)이 도입을 추진 중인 '배터리 여권'의 경우 향후 배터리 수출 과정에서의 규제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재사용 배터리에 대한 기준마련 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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