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문샷은 꿈도 못꾸는 우리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 2022.06.13 05:30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개발업체 A사의 연구개발 총책임자인 김모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 관계기관들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업체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마련한 자리에서 관료들에게 고함을 질렀던 사연을 들려 줬다.

작년 3월은 코로나19 확산이 위험이 극에 달하던 때다. 우리가 자체 개발한 백신과 치료제가 절실하던 때였고, 업체의 노력 뿐 아니라 관계부처도 힘을 보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힘겹게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던 김부사장은 정부가 도움을 주겠단 얘기에 기대가 적잖았다 .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자신들에게 슈퍼갑인 허가당국의 책임자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김부사장은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이후 5~7일이면 체내에서 빠져나간다"며 "감염 7일 이후에는 항바이러스제는 의미가 없고 염증 치료가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는 코로나19 증상이 발생하면, 검사를 받은 이후 확진 판정을 받고 병상배정을 받은 다음 치료시설로 옮겨질 때까지 적어도 3~4일이 걸렸다. 때문에 실제 임상시험을 하게 되는 시기는 아무리 빨라도 확진판정 이후 5일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김부사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환자에게 항바이러스치료제 임상시험을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다"며 "제대로된 임상을 위해 병상배정을 받기 이전에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자마자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관료의 답에 맥이 풀렸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식약처의 한 과장은 "그는 있는 제도하에서 어떻게 한번 해보세요, 자꾸 제도를 바꾸려고만 하지 마시고…"라고 했다고 한다.

김부사장은 "제도개선에 대한 의지도 없고 짜여진 틀에서만 개발을 하라고 하는 것에 실망을 했다"며 "이런식으로 하면 대한민국에서 절대 코로나치료제를 만들지 못하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수입이나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부터 먹는 코로나치료제를 개발해온 이 회사는 아직도 임상2상 시험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mRNA(메신저RNA) 백신을 개발해낸 화이자의 CEO 앨버트 불라가 쓴 '문샷(Moonshot)'이란 책에선 이런 대목이 나온다. 불라는 "감염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소통과 대정부작업이 필요했다"며 "수년이 소요되는 임상시험을 8개월로 압축하느냐에 신약개발의 성패가 달렸다고 봤다"고 했다.


미국 정부도 백신개발을 '초고속작전'이라 이름을 붙이고 초기 100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입해 7개 기업의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을 지원했다.또 특허우선권 부여, 임상시험절차 간소화 등 행정적인 지원도 해줬다.

유연하고 기민한 움직임은 세계 첫 mRNA방식 코로나 백신이란 성과로 이어졌다. 미국은 이를 통해 백신물량을 가장 빨리 많이 확보해 국민의 건강권을 확보했다. 또 국제백신외교의 주도권을 확보했으며 개발회사인 화이자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갑작스런 팬데믹(세계적 유행)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속도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중환자가 늘어나던 그시절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우리 정부는 백신과 치료제를 구매할때 철저한 '을'의 입장에서 나섰을 수밖에 없었단 의미다.

'달 탐사선 발사'를 뜻하는 문샷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라는 의미로 쓰인다. 문샷에 성공하려면 기업과 당국의 혁신이 필요하다. 기존의 형식에 벗어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고, 이에 어울리는 제도도 새로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코로나19관련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도 드러났듯 우리 관료들에게 혁신은 아직 어울리는 단어 같진 않다.

"이달초 연휴때도 임상시험 때문에 하루도 쉬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니 우리가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네요." 김부사장의 목소리에선 허탈함을 넘어 패배의식마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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