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농사란 디파이 플랫폼에 유동성을 제공한 사용자가 보상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가상세계에서 이뤄지는 모든 금융 활동인 디파이는 국가 안에서 통제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의 중앙화 금융이 아닌, 금융 활동 참여자들간 거버넌스 투표로 이뤄지는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운영된다. 가상화폐를 디파이 생태계에서 환전 등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금융시스템인 '디파이 프로토콜'에 예치하면, 그 대가로 인센티브를 지급받는다. 마치 농사를 짓고 수확하듯 이자를 받는다는 뜻으로 흔히 '이자농사'로 부른다.
디파이 시장이 커진 건 2020년 디파이 대출 플랫폼 '컴파운드'가 발행한 거버넌스 토큰 COMP의 역할이 컸다. 당시 COMP가 유니스왑 프로토콜 등에 서비스되며 가격이 뛰었고, 이자농사 수익이 크단 사실을 알게 된 사용자들이 유입되면서 예치된 자산 총금액(Total Value Locked·TVL)도 늘어났다. 일종의 인센티브 제도인 이자농사가 확산되자 디파이 시장 전체가 활성화된 것이다.
특정 디파이 프로젝트에서 신종 가상화폐를 저가에 구매한 뒤 가치가 오르면 이를 비트코인 등 원하는 가상화폐로 바꿔 받거나, 프로토콜에 예치한 가상화폐를 빌려간 이에게 이자를 받는 등 이자농사 방식은 다양하다. 투자자들은 디파이 생태계 내 다양한 프로토콜을 선택해 자산을 넣을 수 있다. 다만 디파이 내에 존재하는 프로토콜 수가 워낙 방대하고 가상자산 시장 자체의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정확한 이자농사 규모 파악은 어렵다.
그럼에도 이자농사는 여전히 활발한 분위기다. 디파이라마 집계를 보면 디파이 프로젝트에 예치된 이자농사 금액은 프로젝트별로 일주일 전보다 최소 0.34%에서 최대 300% 이상 증가했다. 디파이 프로젝트별 연이자(APY)도 각기 다르다. 1%도 안 되는 0.07%를 제공하는 곳도 있는가하면 수백 %의 APY를 약속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테라 블록체인 기반의 저축 프로토콜인 '앵커 프로토콜'은 사용자가 테라USD(UST)를 예치할 경우 약 20%의 APY를 지급했다. 앵커 프로토콜은 지난 8일 USTC(테라USD클래식) 입출금을 제외한 모든 앵커 프로토콜의 기능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러한 과도한 수익률을 적용한 프로젝트들이 '다단계 미끼상품'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구조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실제로 내건 수익률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한 수익구조적 부분이 명확하지 않고 대출 수요 규모도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이들이 약속한 이자가 어떻게 생성되는가에 대한 설명 없이 단순히 이자농사라고 얘기하는 다단계 미끼상품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또 "객관적인 알고리즘에 의해서만 프로그래밍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운영주체가 중간에 개입해 '먹튀'를 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디파이 특성상 사기 피해를 당하고 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도 없어 위험성이 높은 투자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 학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고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것 자체가 마케팅적 측면이 있다"며 "정밀한 리스트 관리 등이 필요함에도 아직까지 기존 금융시스템보다 미약한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이어 "스마트계약 등 내용을 정확히 공유하는 게 디파이의 정신인데 깨끗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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