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온건정책 쓴 게 "잘못된 건 아니다"…메르켈의 자평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 2022.06.08 13:54

푸틴의 우크라 침공에 대해 또 비판…
재임기간 러시아 긴장완화책 대해선
"외교 효과 없다고 무의미 한 것 아냐"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총리 /AFPBBNews=뉴스1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6개월여 만에 공개 석상에 나타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큰 실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재임기간 대 러시아 긴장 완화 정책을 펼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할 것이 없다"며 자신의 정책을 옹호했다.

8일 블룸버그, AFP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메르켈 전 총리는 베를린 도심 극장인 베를리너 앙상블에서 진행된 대담행사 겸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이러한 잔혹한 공격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푸틴은 유럽을 파괴하고 싶어한다"고 경고했다. 일주일 전 노동자 단체가 연 행사에서에 이어 두 번째로 침공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은 개인적으로도 괴롭게 짓누르는 전환점"이라며 구소련 종말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유럽 각국이 러시아와 관계에서 냉전을 끝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6년 넘게 총리를 지내면서 메르켈 전 총리는 60여 차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러시아와 경제적 협력을 추진키도 했다. 하지만 퇴임 이후, 독일 국방에 대한 과소 투자와 러시아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높인 점 등에 대한 비판도 받는 상황이다.

그는 "외교라는 것이 효과가 없었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며 '실패론'을 일축했다. 그는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내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다"며 자신의 정책적 결정들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무엇인가 놓친 것 아닌지, 이런 거대한 비극을 막기 위해 더 많이 할 게 있었는지, 막을 수 있었는지 계속 스스로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08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는 것을 옹호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내부 분열과 광범위한 부패 때문에 아직 나토 가입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며, 나토 가입에 찬성하는 것이 푸틴에게는 '선전 선언'과 맞먹는 것이었다고도 해명했다.

러시아에 온건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결국 "좋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러시아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할 수는 없다"며 중국처럼 큰 나라인 러시아의 존재감에 대해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메르켈 전 총리는 또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언급하며 독일의 현 정치 지도력에 "완전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은퇴 후 발트해 해안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산책을 하고 독서를 하는 등 드문 경험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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