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가 자동차업계의 임금·단체협상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노조가 임금피크제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정년연장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는데 대법원 판결이 다시 혼란을 가져온 모양새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말 임금피크제 판결 직후 내부 소식지를 통해 "2022년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철폐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노조는 올해 임단협의 5대 핵심 요구안 가운데 하나인 정년 연장과 연계해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르노코리아 노조도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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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과 함께 도입된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이후 입장 바꾼 노조━
현대차그룹의 경우 2016년부터 그룹사마다 상이했던 정년을 60세로 높였고, 르노코리아 역시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높였다. 대신 현대차·기아는 노사 합의를 통해 59세에 임금을 동결하고, 60세에는 전년도 임금에서 10%를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키로 했다. 르노코리아는 노사 합의로 만 54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 정년까지 매년 임금이 10% 깎이도록 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이후 두 회사 노조의 입장이 바뀌었다. 법원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 노조와 합의했더라도 연령만을 이유로 노동자를 차별하지 못하게 한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다면 이는 무효라고 판단했다기 때문이다.
두 회사 노조는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임금피크제 적용에도 기존 업무 및 강도, 근무시간 등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폐지 사유로 들고 있다. 르노코리아 노조 측은 현재 르노코리아에 적용된 임금피크제가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가장 강도가 센 만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협상을 진행하는 사측은 곤란한 상황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 임금피크제를 단체협상 카드로 쓰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강성노조가 자리잡은 현대차그룹의 경우 노사 합의 결렬로 인한 파업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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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 "정년연장형 문제없다"지만...법조계는 "사안별로 따져봐야"━
다만 법조계에서는 '정년연장형'이라도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도입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실질적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대상(보전) 조치의 적정성·감액된 재원이 도입 목적에 사용됐는지)에 따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안별로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정년을 연장해줬다고 해서 해당 기업의 임금피크제가 정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임금피크제는 고령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새로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도입한 제도인 만큼 임금피크제가 폐지될 경우 신규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임금 인상으로 인한 차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유지하려면 소송까지 불사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지 않게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이라도 빨리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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