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 보여주는

머니투데이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2.06.01 08:00

'유종의 미'의 의미를 실감케 하는 압도적 볼거리와 오락적 재미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쥬라기 월드(공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쥬라기’ 시리즈의 시그니처 대사를 되새기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마이클 크라이튼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공룡 모험 영화이자 재난 블록버스터 걸작 ‘쥬라기 공원’ 1편이 나온 지 29년이 흘렀고, ‘쥬라기공원’ 3부작에 이어 2015년 새롭게 출발한 ‘쥬라기 월드’ 3부작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쥬라기’ 시리즈의 여섯 번째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며 유종의 미를 거둔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에서 처음 마주하는 배경은 더 이상 시리즈마다 등장하던 이슬라 누블라 섬이 아니다. 전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2018) 마지막에 나온 경고처럼 인간과 공룡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외딴섬에 지어진 테마파크에서 하늘, 땅, 바다까지 인간의 영토로 나온 공룡들의 모습을 보며 생경함을 느끼는 건 잠깐이다. 이전 시리즈가 과학자와 재력가, 탐욕가 소수의 욕망이 빚어낸 참극을 한정된 공간에서 다뤘다면, 이제는 공룡의 불법 교배, 공룡 암시장이 성행하는 전 세계가 배경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건 공룡이 아니라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라는 시리즈의 주제가 영화 초반부터 확연하고 무섭게 다가온다.


공룡과 인간의 공존이 여의찮은 상황에서 ‘쥬라기 월드’의 주인공들은 미국 서부 시에라네바다 산맥 근처에서 은거 중이다. 공룡 조련사 오웬(크리스 프랫)과 1편에선 테마파크 쥬라기월드의 경영 책임자였다가 2편에서 공룡 보호 단체 활동가로 변모한 클레어(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전편에서 이들이 구한 복제인간 소녀 메이지(이사벨라 서먼)를 보호하던 중 메이지가 납치를 당하자 또다시 구출 작전에 나선다. 한편 ‘쥬라기 공원’ 1편의 주인공이었던 고식물학자 엘리 새틀러(로라 던)는 미 서부 텍사스에 슈퍼 메뚜기떼가 출몰하자 고생물학자 앨런 글랜트(샘 닐)를 찾아간다. 수십 년 만에 재회한 기쁨도 잠시, 두 사람은 미국 중서부 농장에 닥친 이상 현상과 공룡 독점 포획권을 가진 생명공학업체 바이오신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바이오신 회사가 있는 이탈리아 공룡 보호구역을 찾아간다. 이들을 초대한 인물은 ‘쥬라기 공원’ 1, 2편과 ‘쥬라기 월드’ 2편에 등장한 수학자 이안 말콤(제프 골드브럼)으로 세 사람은 바이오신의 음모를 밝히기 위해 힘을 모은다.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이처럼 시리즈 영화의 주인공들이 한 작품에 함께 등장한다는 사실은 멀티버스 세계관을 펼친 마블 영화 이후로는 더더군다나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렇지만 ‘쥬라기’ 시리즈는 조금 특별하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원년 멤버들이 카메오 출연이 아니라 이야기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프랑스 스타배우 오마 사이 등 ‘쥬라기 월드’ 시리즈 1,2편에 출연한 조연들이 다시 등장해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건재한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에 숨을 불어 넣는 배우들의 열연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쥬라기’ 시리즈를 줄곧 사랑해온 팬이라면 ‘공원’과 ‘월드’ 두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서로 만나고, 이들이 한 화면에 담긴 장면에서 특별한 감흥을 느낄 것이다. 특히 단체 장면은 구도로 보나 다른 장면들보다 심혈을 기울여 촬영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영화가 캐릭터에 대한 예우와 존경을 표하고 있다고 할까. 그래서 각별하고 위기 상황 속에서도 훈훈한 감정이 피어난다.


“볼 때마다 신기해.” 유전공학의 힘으로 태어난 공룡을 바라보는 엘리 박사의 혼잣말은 ‘쥬라기’ 시리즈를 보는 관객의 마음과 상통한다. 여기에 추가하자면 ‘쥬라기 월드’ 1편에서 “DNA 개발자들이 매년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죠. 하지만 관람객들은 더 크고 무섭고 사나운 공룡을 원해요.”라는 클레어의 대사는 매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고심하는 제작진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우선 ‘쥬라기’ 시리즈 전체를 대표하는 티라노사우르스 렉스는 물론 ‘쥬라기 월드’의 주인공 격인 벨로시랩터 ‘블루’는 새끼와 함께 등장한다. 암컷으로만 복제된 랩터가 어떻게 새끼를 낳았는가 하는 궁금증도 이번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메인 공룡은 가장 큰 육식 공룡 기가노토사우르스로 시리즈의 ‘끝판 왕’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쥬라기 공원’에 처음 등장해 공포를 선사한 ‘응징 왕’ 딜로포사우르스의 활약도 놓칠 수 없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이전 시리즈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으로 공룡 캐릭터들을 활용해 액션 블록버스터 시리즈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클레어가 불법교배시설에서 공룡을 구조할 때 펼쳐지는 카체이싱 장면을 시작으로 오웬이 말을 타고 공룡들을 몰며 설원을 달리는 장면은 카우보이가 등장하는 서부극 같은 진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공룡 암시장과 몰타 시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룡들과 추격전이나 비행기 액션은 ‘본’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악당을 대신하는 공룡 캐릭터가 신선한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쫓는 역할의 대체제일 뿐이어서 장르의 새로움은 덜하다.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한계와 영역이 없어진 무대를 채우기 위해 공룡과 인간의 최후 사투를 기존 액션 블록버스터 공식에 꿰맞춘 흔적이 드러나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난관을 극복하는 돌파구는 역시 공룡들과 시리즈의 역사다. 비행기를 위협하는 케찰코아틀루스, 늪지대에서 커다란 앞발톱을 내뻗는 테리지노사우르스, 빙판 위에서 먹이 사냥을 즐기는 듯한 피로랍토르 등 바톤터치 하듯이 등장하는 공룡들은 이전 시리즈의 공룡들이 선사했던 스릴 넘치는 장면을 능가하며 인상을 남긴다. 이와 함께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연관성과 소품, 시그니처 장면 연출은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게 보물찾기의 보물을 발견한 듯한 흥분을 제공하며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쥬라기’ 시리즈가 오랜 시간 동안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로 장수한 비결은 남녀노소 사랑 받는 공룡 캐릭터 덕분이다. 더불어 ‘공룡에게 배운다’는 슬로건 아래 탐욕을 꾀하는 인물은 가차 없이 죽음을 맞는 권선징악 스토리와 인류를 향한 경고를 담은 교훈적 메시지가 훼손되지 않고 이어져 왔기에 고유성을 지닌 프랜차이즈 영화로 살아남았다. 마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처럼 연출한 동물과 공룡이 공존하는 모습은 세상 평화로워 보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영화에서 인간에게 괴롭힘과 시달림을 당하는 공룡들은 현실의 동물과 다를 바 없다. 영화 속에서 닥친 재난 설정도 다가올 식량 위기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후회는 과거에 갇히게 만든다. 중요한 건 지금 뭘 하느냐다.” ‘쥬라기’ 시리즈의 두 여성 주인공인 엘리 박사와 클레어가 나누는 대화는 이번 영화의 핵심 주제와도 같다. 호박에 갇힌 1억 년 전 모기의 DNA를 이용해 복제 공룡을 만든 장본인 헨리 우(B.D.웡) 박사 역시 이번 영화에 재등장한다. 그간 빌런에 가까웠던 그는 죗값을 치르는 대신 요즘 할리우드 영화에 유행처럼 설정된 ‘두 번째 기회’를 부여받아 시리즈의 문을 의미 있게 닫는 데 일조한다. 다시 공룡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앨런 박사는 “살다 살다 별꼴 다 겪네”라고 푸념하는데 현생에서 그처럼 별꼴 겪지 않으려면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허투루 넘기지 말아야 한다. 영화의 주제를 강조했지만, 스크린에 현현하는 공룡들은 여전히 압도적인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룡의 존재처럼 누군가에겐 ‘쥬라기’ 시리즈가 창조의 영감을 주는 인상적인 시리즈로 영원히 각인될 것이다. 시리즈의 최종장을 무사히 마무리하는 그 어려운 임무를 너끈히 수행한 ‘쥬라기’ 시리즈의 마지막을 극장에서 꼭 함께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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