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전자 사달라" 한달…'1100명 중 20명' 삼성 임원의 변(辨)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22.05.31 06:40

"내부 이슈보다는 외부 변수 때문이니까 당장 주가가 오르긴 쉽지 않겠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두달 이상 6만원대에 머물면서 백약이 무효라는 자조가 나온다. 특히 주가 부진의 핵심 원인이 실적이나 업황 전망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긴축 정책에 따른 빅테크 투자심리 위축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답답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5월 들어 부쩍 늘어난 삼성전자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도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30일까지 삼성전자 자사주를 매입한 임원은 20명으로 집계된다. 직급별로 부사장 16명, 상무 4명이다. 모두 보통주 4만2412주, 우선주 1015주를 사들였다. 매수가격으로 28억여원어치다.

일반적으로 주가 흐름이 부진할 때 기업 내부 핵심 인사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지지하거나 끌어올리는 호재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회사가 적극적으로 주가 방어에 나선다는 의미로 시장이 해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가 좀처럼 '6만전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모처럼 이어진 임원들의 자사주 매수도 멋쩍게 된 상황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최근 주가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말에는 부사장급 이상 일부 임원에게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사내 메일을 보낸 사실도 공개됐다. 당시 메일에 자사주 매입에 대출이 필요한 경우 대출상품도 안내하겠다는 이례적인 내용까지 포함돼 주가 부진에 대한 내부 고민이 그만큼 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0월 6만원대에서 같은 해 말 8만원대까지 올랐다가 올 들어 줄곧 하락세를 보이면서 3월 말부터 다시 6만원대로 주저앉은 상태다.

주가 부진의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투자심리 약화가 지목된다. 경기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삼성전자뿐 아니라 인텔,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반도체업체의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그동안 비대면 수요에 기대 지지됐던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하락 우려도 삼성전자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초점을 맞추면 주력부문인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초미세공정의 난도가 높아지면서 마이크론 등 후발주자와의 기술력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도 시장경쟁력에 대한 불안감을 키운 대목으로 꼽힌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는 10나노미터(㎚, 10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하 공정에서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6대 4 정도로 좁혔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전체 점유율 격차가 여전히 3배 수준에 달해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도체 사업을 제외한 다른 부문의 상황은 좀더 우울하다. 올해 실적을 두고 매출 327조원, 영업이익 63조원(에프엔가이드 집계)의 역대 최대 전망이 나오지만 스마트폰·TV·가전·디스플레이 사업부 영업이익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마트폰 사업부는 지난해 강도 높은 경영진단에 이어 최근 다시 한번 자체 진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TV, 가전 사업의 경우 이미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원자재·물류비 상승 등의 여파로 수익성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장 다른 관계자는 "오죽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LG에너지솔루션을 사려고 삼성전자를 파는 통에 삼성전자 주가가 지지부진하다는 얘기가 나오겠냐"며 "시장 투자심리는 실적 자체보다는 성장성과 스토리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최근 이렇다할 모멘텀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난달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독려 이후 한달여 동안 임원 1100여명(부사장급 이상 360여명) 가운데 자사주를 매입한 임원이 20명에 그친다는 점에서 임원들조차도 당분간 주가 상승 여력이 없다는 데 무게를 두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최근 들어 주말을 사이에 낀 지난 27일과 30일 2거래일 연속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반등 기대감도 고개를 든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순매수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심리 개선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한 임원은 "당장의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다"라며 "주가는 결국 실적으로 수렴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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