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재 양성 급한데…서울대는 학과 신설 반대 왜?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김인한 기자 | 2022.05.31 06:05

[반도체 인재육성 초격차 재시동]<하>



'반도체 계약학과' 年200명 늘리는 4대 과기원…일반대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삼성 등 산업계와 함께 4대 과학기술원 반도체 인력양성을 추진한다.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를 통해 내년부터 5년간 1000명 이상의 인재를 키워낸다. 교육부도 일반대 반도체 계약학과 확대를 위해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30일 반도체 핵심 인력양성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산업계 대표, 과학기술원 총장 등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한국과학기술원·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4대 과기원의 반도체 계약학과 확대를 골자로 한다. 현재 KAIST에서만 운영 중인 반도체 계약학과(학사급)를 다른 과기원으로 확대해 2023년부터 5년간 1000명 이상을 육성한다. 또 산학협력 대학원 프로그램 강화 및 반도체 대학원 신설을 통해 연간 220명 수준의 석·박사 인력배출을 향후 5년 내 500명 이상으로 확대한다.

계약학과 제도는 채용 등을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산업체 등과의 계약에 의해 학과 및 학부를 설치해 운영하는 제도다. 졸업 후 채용 뿐 아니라 대학 재학 기간 등록금·생활 보조금 지급 등 실질적인 혜택이 많이 수험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최초의 계약학과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다. 삼성과의 협약으로 2006년 창설됐다. 이후 2011년 경북대 모바일공학전공(삼성전자), 2021년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삼성전자)·고려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 등이 생겼다.

2023학년도 신설된 계약학과로는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삼성전자)·스마트모빌리티 학부(현대차),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LG디스플레이), 한양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 등이 있다. 서울대는 2019년부터 삼성전자와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해 시스템반도체학과를 개설하려 했지만 '특정기업과 특정분야를 위한 인재양성은 서울대의 교육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학내 반대 여론에 부딪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과기정통부 차원의 4대 과기원 계약학과와 달리 서울 주요 대학의 계약학과는 기업과 대학 간의 개별적인 협약으로 이뤄진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기업이 상위권 대학과 접촉해 예산을 부담하는 식이다.

교육부도 일반대 계약학과 확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대기업-서울 주요 대학 위주로 이뤄졌던 반도체 계약학과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운영 자금 지원이 어려운 기업과 현재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학을 위해 정부 예산을 일부 보전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30일 "교육부 차원에서도 일반대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 확대를 위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전쟁, 무기는 인재…양보다 질, 수도권大 정원규제도 풀어야"


왼쪽부터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 국양 DGIST 총장, 김기선 GIST 총장, 김정호 KAIST 교수,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광형 KAIST 총장, 이용훈 UNIST 총장, 왕성호 네메시스 대표, 고서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황규철 DB하이텍 사장. /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를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미래전략기술로 규정하고 인재 육성 '총력전'에 나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4대 과학기술원이 육성하고 정부는 학과 증원에 필요한 규제 혁파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30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 대전 본원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 간담회'를 비공개로 개최했다.

반도체 대기업 대표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KAIST를 포함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고급 인재' 육성을 당부했다. 4대 과기원 총장들도 산업계 당부에 공감을 표하면서 기업의 통 큰 지원을 요청했다. 또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은 "반도체 전쟁을 치르는 산업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무기가 바로 인재지만 고급인력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며 "4대 과기원의 인재 육성에서 양보다 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는 모두발언 공개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총 2시간 20분간 간담회가 진행됐다. 예정된 시간보다 30분가량을 넘어 진행됐다. 아래는 황판식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장,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한 내용.

(서울=뉴스1)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0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반도체 인재양성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2.5.30/뉴스1

-간담회에서 오간 내용은
▶산업계는 반도체 계약학과 확대, 대학원 신설, 산학협력 확대 등에 환영했지만, 참석자 중 기업에선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언급이 있었다. 반도체 고급 인력 숫자가 줄어들고 있고 이에 따라 4대 과기원의 인재 육성에선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제언이었다. 물론 소재·부품·장비 관련 중소기업에선 숫자 자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학부 정원 확대는 물론 수도권 대학의 정원 총량제 등을 유연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있었다. 또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담) 업체에선 비전공자 중에서도 1년 정도 직무 훈련을 통해 반도체 분야 진출할 수 있도록 아카데미를 운영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4대 과기원 요청 사안은
▶과기원에선 대학과 기업의 인력 매칭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와 기업이 협력해 인력 문제를 쉽게 풀어나가자고 논의됐다. 다만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이 리더급에선 논의가 됐는데, 실무에선 협력이 안 된 경우가 있다면서 기업이 과기원과 통 큰 협력에 나서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또 이공계 은퇴 인력을 과기원 초빙교수로 위촉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4대 과기원 정원 확대가 쉽지 않을 텐데
▶4대 과기원은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이다. 과기원 이사회를 통과하면 정원 확대가 가능하다. 다만 정원 확대가 되려면 예산 투자가 있어야 한다. 그 지점에서 정부 부처 내에서 합의가 필요하다. 교육부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과기원 이사회만 거치면 된다.

-수도권 대학 정원 풀어달라는 내용은 교육부와 협의됐나
▶교육부도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수도권 관련 법안은 국토교통부, 교육부와 연관이 돼 있다. 이 사안은 장관님도 협력할 의지가 있기 때문에 부처 간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내일이나 모레 바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SK하이닉스 현장 방문했고, 반도체 분야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협의체 구성 계획은
▶인재 양성은 1개 부처만 해선 안 된다. 산업부도 현업 인력에 대한 기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관련 부처 공동으로, 지난해 발표한 K-반도체 전략과 같이 인재 지원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전자 "인재가 반도체戰 무기"…이종호 장관 "함께 육성"


(서울=뉴스1)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0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반도체 인재양성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2.5.30/뉴스1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은 30일 "반도체 전쟁을 치르는 산업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무기가 바로 인재"라며 "새 정부의 장관님과 4대 과학기술원 총장님들이 인재 육성에 나서주셔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정 사장은 이날 KAIST(한국과학기술원) 대전 본원에서 열린 '반도체 인재양성 간담회' 인사말에서 인재 육성 필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반도체 기술이 경제안보와 직결된다'는 윤석열 정부 기조 아래 KAIST를 포함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4대 과기원과 반도체 기업들이 처음으로 인재 육성에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이 장관은 산업계에서 언급한 인재 육성 필요성에 곧바로 화답했다. 그는 "반도체 분야 관건은 기초가 튼튼하고 창의성 높은 양질의 인재를 충분히 양성해 연구와 산업 분야에서 활용하는 것"이라며 "저도 대학에서 오랫동안 후학 양성을 해왔지만 반도체와 같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첨단기술 분야는 산학연 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삼성전자 정은승 파운드리 사업부장이 4일 일본 도쿄 인터시티홀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 재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운드리는 생산시설이 없는 반도체 설계 회사인 '팹리스'(Fabless)들로부터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 제공) 2019.9.4/뉴스1

이 장관은 반도체 분야 권위자로, 과거 비메모리 분야 반도체 칩 관련 원천기술인 벌크 핀펫 기술을 개발해 100억원 이상의 특허 수익을 올렸다. 이 장관은 "우리 경제에 중추적 역할을 해온 반도체 산업은 앞으로 메모리 분야는 글로벌 리더십을 확고히 하면서 우리가 부족했던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도 키워 초격차 첨단기술산업으로 더욱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일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합의한 한미기술동맹의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며 "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경제안보적 측면에서도 반도체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또 "반도체 분야는 속도 경쟁과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오늘 논의를 통해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건 바로 추진하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은 후속 대화를 통해 협력을 구체화 나가자"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과 4대 과기원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반도체 인력양성협의회'를 정례화해 협력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서울=뉴스1)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0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반도체 인재양성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2.5.3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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