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상증자·물적분할·무배당 3종세트, 그 기업의 선택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22.06.02 03:58

펀드매니저 A가 기업 탐방을 갔다. 경영진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주가에 관심 없습니다. 배당도 필요 없구요. " A는 탄식하며 "이사라는 사람이 부끄러움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이런 기업이 많다.

9년 전 NAVER와 결별한 NHN이 대표적 사례다. 기업 분할 직후부터 주가는 급락했다. 회사에 현금이 충분했는데 2015년 갑자기 2700억대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증자란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이 주주들에게 자금을 달라며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다. 유상증자를 하면서 주가는 더 급락했고 주주들은 할 수 없이 증자에 참여했다.

그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페이코에 투자했는데 정작 페이코는 2017년 물적분할했다. 2021년에는 두레이를 분사했고 2022년에는 핵심성장동력 클라우드를 물적분할했다. 알짜 사업이 죄다 분할하면서 NHN 주주들에겐 '그림의 떡'이 됐다.

유상증자·물적분할·무배당에 주가는 9년에 걸쳐 반토막났다. 그런데 2013년 3.74%에 불과했던 이준호 NHN 회장 지분율은 이제 18.12%가 됐다. 또 회장 소유 비상장사 2곳이 주가 하락기에 14.66%, 10.66%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펀드매니저 A는 "이사진은 전체 주주의 위임을 받고 자본을 빌려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주주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경영진의 목표가 '대주주의 이해관계 사수'에 그친다"고 말한다.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것,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문자 그대로 기업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상장기업은 대주주 개인의 회사가 아니고 주주들과 함께하는 공개된 회사가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상장사의 이사진은 주주에 대한 책임을 진다. 투명한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이 원리가 한국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무시된다.

얼마 전 동원산업이 스스로 합병비율을 정정하는 일이 있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동원산업의 자발적 합병비율 변경을 환영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시대, 탁월한 경영자와 위대한 오너라면 시대의 흐름을 읽어낼 것이다. 변화에 가능한 빠르게 적응하는 것, 그것은 역사적으로 기업이 살아남는 최고의 방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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