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가 벼랑 끝에 있는 듯한 아슬아슬한 상황 인식을 부각한 주장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연이어 나왔다. '한일 핵무장론'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전쟁 발발설'까지 제기된 것으로 북한의 7차 핵실험설이 무성한 가운데 나온 주장들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0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일관성 있게 협상으로 끌어내는 전략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임기 중 전쟁이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압박 위주의 대북 정책에 대한 한계론을 제기한 것이다. 정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등 확장억제의 구체화를 합의한 것에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란 동맹국에 대한 적국의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기존의 전술핵무기는 물론, 전략핵무기까지 사용 가능성을 확장한 개념을 말한다. 이와 관련,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일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사전에 겁을 줘 도발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갔던 것이 확장억제다"며 "북한이 겁을 먹고 행동을 안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핵 협상에 나오도록 만들려면 한미 연합훈련 규모 같은 것을 확실하게 줄이든지 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때 축소된 한미연합훈련의 강화에 나선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이는 남북 관계경색 원인을 윤석열 정부에 돌리는 듯한 입장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식 온건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실패작으로 강하게 비판하며 차별성을 부각해 왔기 때문이다. 또 북한 핵실험설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불리는 문재인 정부의 유화적 정책이 결국 북한의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에 실패했음을 보여준다는 주장도 많다.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5월 한미정상회담의 군사안보적 함의: 실효적 연합방위를 위한 전략적 고려사항' 보고서에서 "한미 간의 확장억제체계를 보다 구체화하여 실행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서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크거나 연합연습시 전개를 강화해 갈 필요가 있으며, 필요하다면 순환배치에서 정례배치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일 핵무장론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 27일 '중·러의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채택 거부와 Think the Unthinkable(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는 분석 자료를 통해 "이제 한미일은 북한과 중러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 한일의 동시 핵무장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Think the Unthinkable)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올들어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추가 대북 제재는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의 반발로 무산된 상태다.
앞서 예비역 장성 모임 성우회도 지난달 28일 '이제 우리도 핵개발에 나서야 할 때다'는 입장문을 통해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빠른 시일 안에 북한보다 더 강력하고 정밀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이 핵무장에 나선다면 우리도 유엔 제재 결의를 받고 망하는 길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거의 깨지는 상황을 전제한 것"이라면서도 "현실성을 따졌다기보다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 등으로 핵무장론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주장이 제기되는 경우들이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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