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명가' 롯데가 핵심 사업 부문인 백화점, 대형마트, 가전양판점, SSM(기업형수퍼마켓) 등에서 최근 수년 동안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잃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에 힘이 빠지면서 롯데그룹의 중심축도 유통에서 화학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롯데쇼핑은 '유통 1위'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거듭된 혁신시도를 하고 있다.
30일 롯데쇼핑의 1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은 2019년 38.9%에 달했지만 2020년 37.3%, 2021년 34.2% 등으로 매년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백화점 1등=롯데' 공식이 깨지기 직전이다. 롯데백화점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55% 내외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지만 2010년대 50%선이 무너졌고, 이후 꾸준히 하락세다. 롯데 32개, 신세계 13개, 현대 16개로 롯데 점포 수가 타사보다 배 이상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뼈 아픈 대목이다.
가전 양판업계 1위 사업자로 수년간 롯데쇼핑의 안정적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온 롯데하이마트도 흔들리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2018년 40.7%로 독보적인 업계 1위였다. 그러나 2019년 38.7%, 2020년 36.5%, 2021년 33.7%로 내리막세를 탔다. 롯데하이마트는 오프라인 판매와 온라인 판매의 비중이 8:2 정도인데, 온라인은 e커머스가 급성장한 여파로 시장을 내주고 있다.오프라인에서도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등 각 전자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이 백화점에 직접 입점하는 등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삼성디지털프라자의 시장점유율은 2018년 25.2%에서 2021년 33.0%로 치고 올라 왔다.
점유율 감소는 그만큼 롯데쇼핑의 매출도 줄었음을 의미한다. 연결기준으로 롯데쇼핑의 매출은 2012년 25조원에서 2020년 16조1840억원, 2021년 15조5810억원 등으로 뒷걸음쳤다. 롯데쇼핑은 2010년 국내 유통사 최초 연간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지만, 2020년 3460억원, 2021년 2160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18조1205억원)이 롯데쇼핑(15조5810억원)의 매출을 넘어서 그룹의 주력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쇼핑은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보복, 2019년 '노노재팬'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수년간 유통 사업이 위축됐지만 향후 유통사업군에 올해 8조1000억원을 투자하며 영토회복을 도모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진행돼온 구조조정이 거의 마무리가 됐고 투자를 확대할 시점이 됐다"며 "전열을 정비하고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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