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외 인프라사업 개발·지원을 위한 앵커

머니투데이 김희택 해외인프라개발협회장 | 2022.05.31 03:50
2000년대 일본 스미토모 상사에 근무할 적 이야기다. 상사의 주 업무라 하면 무역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매개로 한 정보화 시대에서 지구촌은 거대한 하나의 사회가 되고,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형태의 수익구조는 더 이상 유효하지가 않았다. 이에 일본 상사들은 해외 인프라 사업의 투자개발에 눈을 돌렸고 지금은 해외투자 1위 국가로 성장하게 하는 견인차가 됐다.

세계 인프라 시장은 교통과 발전, 수처리, 병원 등을 포함하며 연간 3000조원 상당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2035년까지 지구촌 GDP(총생산) 성장을 위해 연간 400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외국 기업들과의 수주경쟁에서 우리 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은 수출입, 해외투자 등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는 기능과 더불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의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수은은 인도네시아 카리안 댐 건설에 EDCF 차관 1억4000만 달러를 제공한 데 이어 지난 4월 댐에 연결되는 도수로 건설에 경협증진자금(EDPF) 2억1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정수장 부문에 대한 대출 및 투자까지 계획하고 있어, 대형 인프라 분야에 대한 최초의 통합 금융지원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복합금융에 더해 수은이 앵커투자자로 우리 기업의 해외 인프라 사업 진출에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 줄 것을 제언한다. 앵커투자자란 기업상장(IPO)시에 사용되는 용어로 상장 전에 공신력있는 기관이 참여함으로써 상장될 기업의 건전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을 보자. 그들이 갖고 있는 강점은 투자개발의 주축을 담당하는 대형 상사들이다. 일본 상사는 이미 무역상사의 개념을 벗어나 투자사로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우리 토양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상사는 전략적 투자자로서 사업특수 목적법인의 주축을 이룬다. 상사가 들어오면 다른 투자자들의 참여 결정이 용이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사들의 활동이 일본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수은이 앵커투자자로 그 역할을 보완하자. 이를 위해선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한다.

첫째 개발사업 정보를 적극 활용하고, 제안하자. 수은은 EDCF 등을 통해 개도국의 개발사업 정보를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정보들을 EDCF 관점에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수원국의 재정부담을 경감해 주되 수출·해외투자금융, EDCF, EDPF 등을 활용해 우리 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둘째 통합적 사업구조를 고려하자. 인도네시아에 적용된 금융지원 모델은 EDCF와 일반 프로젝트 금융의 물리적 결합이다. 진일보해서 양대 재원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키는 사업구조를 만들자. 예를 들어 EDCF 지원으로 건축되는 병원의 운영 및 유지를 개도국의 예산, 인력 등에 맡기기 보다는 초기 사업구조 수립시 민간투자의 장점을 접목하면 완성도 높은 건축과 운영 유지 계획이 가능할 것이고, 우리 기업의 참여 폭도 넓어 질 것이다.

셋째 안건교류 협의체를 주도하자. 현재 수은은 타당성조사 비용을 지원하고 있어 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반면 이러한 지원은 사업구조화를 전제로 하고 있어 역량이 부족한 개인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접근이 쉽지 않다. 이에 수은이 안건교류의 장을 만들어 초기 구조화 지원을 일종의 상시자문 형태로 수은 내부나 지정 컨설턴트를 통해 수행하고, 일정 수준에 올라서 이에 맞는 투자자를 모집하면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수은은 세계 인프라 금융시장에서 이미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 있다. 이제 확보된 지적 자산과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사업실행의 하단(Downstream)에서 상단(Upstream)으로 중심을 옮겨 해외 인프라 사업의 앵커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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