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사슬 끊어달라"…장애인부모들, 한달만에 다시 삭발 나선 이유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 2022.05.27 15:58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7일 오전 11시쯤 서울시청 앞에서 추모제와 삭발식를 열고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평범한 서울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사진= 하수민기자
"우리 머리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자라지만 권리는 저절로 자라지 않습니다."

김수정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표가 삭발자로 나서기 전 이같이 말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추모제와 삭발식을 열고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평범한 서울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지난달 19일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인근에서 삭발식을 진행한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장애인 부모들이 삭발에 나선 것이다.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와 인천광역시에서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장애인단체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가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참사"라며 서울시에 장애인 지원 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정희경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극단적 선택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발달장애인 지원 책임을 가족에게 미루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도 "정부든 지자체든 누구든 죽음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며 "우리 부모들이 없어도 아이들이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부모연대 회원들은 사망한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을 애도하기 위해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고 추모제에 참석했다. 총 19명의 부모연대 회원이 삭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삭발식이 진행되자 발달장애 부모 일부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시청 앞 한켠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발달 장애를 겪어온 6살 아들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어머니, 인천 연수구에서 어머니가 살해한 30대 뇌병변 장애인 여성을 기리기 위한 향과 국화꽃이 놓여있다. /사진 = 하수민기자

한편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발달 장애를 겪어온 6살 아들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어머니와 인천 연수구에서 어머니가 살해한 30대 뇌병변 장애인 여성을 기리기 위한 향과 국화꽃이 놓여있었다.


부모연대 측은 삭발식을 진행한 뒤 송주범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발달장애인 지역 내 24시간 지원체계' 요구안을 전달했다.

해당 요구안에는 △재가 발달장애인 지원 주택 자치구 당 10호씩 우선 공급 및 주거 서비스 구축 △서울형 도전적 행동 지원 체계 구축 △발달장애인 일자리 지원 및 권익 옹호 지원 확대 △발달장애인 평생 교육 24시간 지원 체계 보장을 위한 주간 활동 지원·평생교육 지원 체계 구축 및 지원 강화 △발달장애인 돌봄 지원 및 가족 지원 확대 △발달장애 전담 부서 설치 등이 담겼다.

이날 오전에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서울 삼각지역 승강장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전날 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숨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했다.

검은 옷차림으로 방문한 김 의원은 "동료 장애인으로서 애도를 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죽어야만 했던 이분들에 대해서 이제는 관심을 가지고 함께해야 한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전장연과 부모연대는 다음 달 2일까지 일주일간 지하철 외에 전국 각지에 분향소를 설치·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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