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26일 주재한 '경제관계차관회의'에서 "다음주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 수준을 넘어 5% 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통계청의 물가상승률 발표 이전에 관련 수치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3월 물가상승률이 4%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됐을 당시 이억원 전 기재부 1차관은 "석유류 중심으로 상승폭이 커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는 인용하지 않았다.
사실상 정부가 이달 5% 대 물가 상승을 예고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5% 대 물가상승은 2008년 9월(5.1%) 이후 약 14년 만이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기준금리 인상(1.50→1.75%)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5% 이상 높아지고 내년 초에도 4%, 3%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조만간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이날 방 차관은 "국민들께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식료품·외식 등 생활 물가 안정과 주거·교육비 등 생계비 경감 노력이 시급하다"며 다음 주에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최근 대외 여건을 고려하면 물가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로 서부텍사스유(WTI) 기준 국제유가는 전날 기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밀가루·옥수수·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서비스 수요 상승까지 겹치며 외식물가도 급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6%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6%대 물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6.8%)이 마지막으로 약 24년 만이다. 이날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유가 상승 압력 등 대외 여건을 고려하면 5%대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것에 비해 지난해 6~7월 물가가 2%대였던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6%대 상승률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가 17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9.2% 올라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통상 생산자물가가 2~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 오름세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전년 대비 3.3% 오르며 약 10년 만에 최대폭 뛰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임금과 상품 가격 등에 반영돼 실제 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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