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26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를 기록할 것이라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보다 1.4%포인트 올린 수치다. 내년에는 2.9%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으나 한은 물가안정목표 2%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번 전망치는 한은의 물가 전망치 중 2008년 7월(4.8%) 이후 13년10개월 만에 최고치다. 물가 전망치가 4%대를 기록한 것은 10년10개월 만이다.
한은이 올해 물가상승률을 전망치를 대폭 올린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공급차질 심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최근 물가상승압력이 크게 확대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물가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국제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배럴당 1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7월 인도분 가격은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일대비 배럴당 0.56달러 오른 배럴당 110.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은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4.9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곡물가격도 만만찮다. 옥수수 선물(7월물) 가격도 시카고거래소(CBOT)에서 전일대비 부셸당 0.5센트 오른 772.25센트에 마감했다. 지난 2월28일 부셸당 697.4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달 만에 10.7% 오른 것이다.
한은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상당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수요측 압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은 3.2%로 지난해 1.4%보다 두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한은은 석유류와 식료품, 외식 등 일반인 지출비중이 높고 구입빈도가 많은 분야의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도 3%대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란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물가상승률 수준을 말한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면 임금인상 압력 등으로 작용해 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유가 등이 내려간다 하더라도 지금 국제 곡물가격이 굉장히 올라가고 있다"며 "곡물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식료품과 관련된 여러 품목의 물가가 (높은 상태로) 오래 지속돼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이 4%대를 상당기간 가져가다가 내려가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3%)보다 0.3%포인트 낮은 2.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봉쇄조치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회복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나 방역조치 완화 등에 따라 성장흐름은 이어간다는 분석이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IMF(국제통화기금) 성장률 전망치 2.5%, 민간 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 전망치 2.6%보다는 높은 수준이고 아시아개발은행(ADB) 3.0%,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 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민간소비는 방역조치 완화, 소득여건 개선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가 전년대비 3.7% 늘어날 것이라 봤다. 설비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겠으나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설비투자는 상반기 -5.4%, 하반기 2.6%로 상저하고 형태를 보일 전망이다.
건설투자는 글로벌 공급차질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당분간 부진하겠으나 하반기에는 완만한 개선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은 중국과 미국 등 주요국 성장세 약화로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나 IT부문에 대한 구조적 수요확대로 둔화흐름이 완충될 전망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500억달러(약 63조원)으로 전망됐다. 취업자수는 올해 58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총재는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지고 있으나 성장률 2.7%는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정의에 따라 다르나 아직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이야기 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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