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80만원 더 내야"…금리인상 9개월, 영끌·빚투족 '곡소리'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22.05.26 10:08

한은 기준금리 또 인상, 지난해 8월 이후 5번째
1인당 80만원, 가계 전체 이자부담 17조원↑
美빅스텝에 연말까지 최소 2차례 더 올릴 듯
연말 가계대출 추가 이자부담액 24조원 육박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서울 아파트 거래 절벽이 계속되는 가운데 매물만 쌓이고 있다. 서초,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매수세도 약한 상황이다.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9123건이을 기록, 6만건에 다다랐다. 지난 18일에는 6만284건으로 집계되면서 2020년 8월 이후 약 1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6만건을 넘어섰다. 부동산업계는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으로 관망세가 짙다면서 거래 회복까지는 요원하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2022.5.24/뉴스1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추가 인상(연 1.50→1.75%)하면서 빚 부담에 짓눌린 가계와 한계기업,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 취약층의 어려움이 더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이달까지 다섯차례 금리 인상으로 늘어난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액은 17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빅스텝'(한번에 0.5%p 기준금리 인상) 행보와 고공 행진하는 국내 물가 급등세를 감안하면 한은이 연내 두세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18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올 연말쯤이면 불과 1년 남짓 만에 가계 추가 이자부담액이 최소 23조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여파로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말보다 1조5000억원 줄었으나 장기간 누적된 금융 불균형 상태는 여전하다. 금리 인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77%(잔액 기준)에 달한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동일하게 오른다고 가정하면, 이번 인상분(0.25%p)을 반영한 가계의 추가 이자부담액은 3조3739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8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같은 해 11월, 올해 1월과 4월, 이달까지 모두 5차례 금리를 0.25%p씩 올린 만큼 9개월 사이 연간 16조8695억원의 가계 이자가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앞서 지난해 9월 당시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보다 3조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차주(대출자) 1인이 부담하는 연이자는 289만6000원에서 각각 305만8000원으로 16만1000원 늘어난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 이후 0.50%에서 1.75%로 1.25%p 오른 상황이어서 차주 1인당 이자는 연간 80만5000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선 한은이 연말까지 두세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5%에 임박한 물가 상승률과 과도한 유동성,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스텝에 따른 금리 역전 가능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다. 미 연준이 25일(현지시간) 공개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 다수는 앞으로 두어 차례 더 빅스텝에 나서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3∼4일 FOMC 정례회의에서 22년 만의 최대폭인 50bp의 금리인상을 전격 단행했다.

한은이 미국의 빅스텝에 대응해 연말까지 두 차례만 더 기준금리를 올려도 차주 1인당 연간 이자부담액은 1년 4개월 만에 약 112만원, 가계 전체 이자는 23조6173억원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는 물론 자영업자와 한계기업 등 취약계층엔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 금융회사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와 초저금리 시대 빚으로 집을 사거나 주식·코인에 투자한 '빚투·(빚 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 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끝에 선 자영업자의 빚 상환 부담이 특히 커질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금리는 더 가파른 상승세가 예상된다. 최상단 금리가 연 6% 중반대에 안착한 시중은행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표금리인 금융채 5년물에 연동돼 있어 시장 금리 추이를 즉각적으로 반영한다. 최대 5%를 훌쩍 넘어선 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우상향 기울기를 더 키울 전망이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최고 5%를 넘었다.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의 2년 만기가 되는 오는 8월 전세대란이 현실화하고 전세대출 금리 상승세와 맞물려 무주택자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스태그플레이션(물가 급등 속 경기침체)이 현실화할 것이란 염려도 크다.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부동산·증시) 가격 조정 가속화와 빚 부담, 물가 급등세가 겹친 소비 위축이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날 정책 세미나에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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