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만 하루 40만원"…미뤘던 결혼식 쏟아지자 '난감하네'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 2022.05.25 16:18
신랑신부가 축하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 사진 = 뉴스1
# 권모씨(30)는 21일 하루에만 결혼식에 두 번 참석했다. 그 중 한 명이 친한 친구여서 그날 하루 축의금만 40만 원이 나갔다. 권 씨는 "아무래도 거리두기 해제되니까 코로나19를 핑계로 못 간다는 말은 하기 어려워진 것 같다"며 "직장동료 결혼식에 내는 축의금은 얼마 정도 해야 적당한지, 당사자가 안 서운해할지 고민하는 게 다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 문모씨(27)는 이번 달 들어서만 청첩장 4개를 받았다. 문씨는 "거리두기 때는 친한 사람들에게만 골라주던 청첩장이 이제는 친하지 않은 나한테까지 뿌려진다는 느낌"이라며 "직접 가야 하는 결혼식이 많아지면 식대 때문에 금액을 높여야 할 것 같은데 얼마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코로나19(COVID-19) 기간 미뤄진 큰 규모의 행사가 재개되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하객 인원 제한 때문에 미뤄왔던 결혼식이 대거 진행되면서 예식 업계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 사이에서는 달갑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축의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5일 예식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결혼 예식장 예약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30% 상승했다. 신라호텔, 롯데호텔 등 서울 내 주요 호텔 예식장은 연말까지 예약이 마감됐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예약 건수뿐 아니라 웨딩홀 수용 규모와 식사 인원이 많이 늘었다"며 "거리두기가 풀린 것이 실감 난다"고 했다.

이에 축의금을 내야 하는 행사가 몰리면서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임기혁씨(31)는 스스로 축의금의 기준을 두고 있다. 서울에서 하는 결혼식에 직접 가는 경우는 10만원, 송금만 하는 경우는 7만원을 낸다. 최근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에는 직접 가야 한다는 부담에 지출 비용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임씨는"거리두기 풀리고 벌써 청첩장만 네 장을 받았다"며 "인원 제한 있을 때보다는 눈치가 보여서 직접 결혼식에 더 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비혼주의자 홍수하씨(가명·28)는 "돌려받지도 못할 축의금을 너무 자주 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라며 "친한 친구는 정말 축하하고 잘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지만 부담스러운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축의금 문화에 대한 변화를 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태명씨(36)는 "장례랑 다르게 결혼 같은 경우 갑작스럽게 닥치는 것이 아니라 신혼부부가 오랜 기간 준비해서 하는 것 아닌가"라며 "결혼하는 부부보다 혼주의 축의금 회수가 우선시되는 축의금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만의 목소리는 거리두기로 잠들어 들었다가 다시 일상이 회복되자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축의금이 돈을 주고받는 '상호 품앗이' 역할을 했다"며 "하지만 최근엔 청년들 사이에서 비혼주의가 확산하면서 축의금을 회수할 기회가 없게 되거나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부의금으로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나오니 불만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누구에게 얼마나 내야 할지를 고민하는 상황이 대부분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 대두되는 문제"라며 "우리나라도 축의금 문화나 부조금 문화에 대한 새로운 변화들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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