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10명중 1명은 "조직 내 성폭력 목격"…피해자 절반은 "저항 못했다"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 2022.05.26 06:00

2021 경찰청 조직 내 성폭력(성추행)실태조사 결과

경찰 10명 중 1명은 조직 내에서 이뤄진 성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를 경험한 사람의 절반은 '저항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성폭력 전담 부서나 관련 제도에 대한 조직 내 구성원들의 인지도는 높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경찰청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1 경찰청 조직 내 성폭력(성추행)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조직 내에서 성추행을 목격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10.2%로 집계됐다. 여경의 경우 성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2.3%였다.

성추행을 목격했어도 10명 중 3명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추행을 목격했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7.3%, 피해자를 위로하는데 그쳤다고 응답한 비율은 37%였다.

이번 조사는 경찰청이 지난해 11월10일부터 6일간 △조직문화 △성추행 피해 경험 △성추행 목격 경험 △전담부서 제도·인지도 등 4개 분야와 관련, 외부기관에 의뢰해 모바일로 진행했다. 전체 인력 약 13만명 중 1만6847명(12.1%)이 참여했다.


여경, 직접 피해 7%…경찰 내에서도 남녀 인식 격차


최근 3년간 조직 내에서 직접 성추행을 당했다는 응답은 1.6%로 집계됐다. 남성은 0.4%, 여성은 7%가 '그런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신체접촉 44.7%, 신체 부위를 만지거나 만지도록 강요 16%, 폭력행위 3.3% 순이었다.

가해자는 상급자인 경우가 78.4%로 가장 많았다. 발생 장소는 사무실 59.5%, 회식장소 36%, 순찰차 18.8% 순이었다. 특히 회식장소에서 성폭력에 노출된 비율이 여성(39.9%)이 남성(23.1%)보다 높았다.

경찰 조직 내 남성과 여성 사이에도 양성 평등과 성폭력 심각성에 대한 인식 격차도 드러났다. 소속 관서에서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평균 4.3%였는데 남성은 2.7%, 여성은 12.1%로 나타났다.

조직문화의 성평등 수준을 평가한 점수 평균은 2.9점으로 남성 평균은 3점, 여성 평균은 2.5점이었다. 1점에 가까울수록 성차별적으로 인식, 4점에 가까울수록 성평등하다고 인식한다는 의미다.


경찰 관계자는 "근무 경험 5년 미만의 젊은 여성일수록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성평등 수준 점수에 집중하기 보다는 성별에 따라 인식에 차이가 난다는 점에 주목해 그 격차를 줄여 나가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성폭력 당해도 저항 못해…경찰 "현장점검 등 진행, 개선책 마련"


경찰들도 성폭력을 당해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신고율은 14.1%에 그쳤다. '저항하지 못했다'는 응답 비율은 45.9%로 절반 가까이 달했다. '그저 피했다'는 비율은 34.3%, 온라인에서 폭력이 이뤄질 경우 '무시·차단했다'는 비율은 13%로 나타났다.

성폭력을 당한 10명 중 2명(20.8%)은 2차 피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공감이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의심을 받거나 참으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비율이 56.3%, '부당한 처우를 암시하거나 심리가 위축되는 발언을 들었다'는 비율이 44.8%, '가해자 편에서 사건 처리가 불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느낀 비율이 31%였다.

경찰 조직 내에 성희롱·성폭력 전담 부서나 관련 제도에 대한 인식 수준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담부서·제도를 잘 알거나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0.2%였다. 성폭력 피해신고를 한 이후 조치에 대한 만족도는 46%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응답 참여자들은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2차 피해 방지, 공정한 처벌, 조직문화 개선, 피해자 보호 강화 등을 꼽았다.

경찰청은 조직 내 성폭력 실태조사를 2019년부터 시작해 매년 해오고 있다. 성폭력 중에서도 성희롱·성추행 등 주제를 바꿔 격년으로 조사를 진행한다. 2020년에는 성희롱, 지난해에는 성추행에 중점으로 두고 조사하는 방식이다. 경찰청은 파출소·지구대 등 일선 현장을 매주 방문해 성폭력 대응 프로세스, 현장 인식 등도 점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19년 첫 조사 때 성희롱·성추행 주제를 같이 담아 조사했지만 질문 내용 등에 차이가 있어 개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 간 비교는 어렵다"며 "피해 당사자나 주변 목격자가 피해신고 등 대응할 수 있도록 홍보를 하고, 향후 진행될 조사와 현장점검 결과를 종합해 개선이 필요하다면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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