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을 강제 장악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미국이 군사 개입에 나서겠다.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다." (2022년 5월 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에서 전쟁이 나면 즉각 군사개입에 나서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이는 3개월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무기는 지원하지만 직접적인 군대 파병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확연히 다른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세계의 경찰'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대하는 군사 개입 의지는 왜 다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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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없는 우크라 파병은 오버다"━
우선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동맹 관계가 아니다. 미국은 다자 또는 양자 관계의 안보동맹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와는 이 중 어떤 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 미국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묶여 있는 유럽,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한국·일본과는 다른 조건의 국가인 것이다.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얻을 이익이 없는 것도 한 요인이다. 영국 BBC방송은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인접국도, 미군기지 주둔국도, 산유국도, 주요 무역 파트너도 아니기 때문에 군사 개입을 해도 미국에 이득이 될 것이 없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에서 핵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직접 충돌할 경우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핵전쟁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총을 쏘기 시작하면 세계대전"이라며 "테러리스트 조직을 다루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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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955년 미국과 대만은 상호방위조약을 맺었지만,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정식 수교하면서 이를 폐기했다. 대만에 주둔했던 미군도 철수했다. 하지만 미국은 '대만관계법'을 통해 상호방위조약 주요 내용을 흡수해 40여년간 대만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법을 근거로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등 자체 방어력을 돕고 있다. 양국은 주기적으로 합동군사훈련도 해왔다. 이달 초에도 미군 특수부대가 대만 남부에서 대만군과 함께 낙하산 침투훈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미 정부는 대만에 외부 세력이 침입했을 때 군사적으로 개입할지 여부에 대해 그동안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전략성 모호성을 유지해 왔으나 지난 23일 미·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 개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예스(Yes)"라고 확실히 답했다. 이는 그동안 미국 정부가 밝힌 대만 방위 관련 입장 가운데 가장 명확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대만 영공을 수시로 침범하고 있는 중국의 군사 움직임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군 파병은 없다"고 수차례 선을 그어 푸틴의 용기를 북돋는 실수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 만큼 이번엔 입장을 확실히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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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한국에서 전쟁난다면?"━
그는 이어 "한 번은 실수지만, 세 번은 정책"이라며 "대만해협에서의 억지력을 강화한 것은 약속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8월과 10월에 이어 이번에 또 다시 대만을 적극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제정치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미중 관계의 중심에 대만이 위치하면 안된다"며 "세계평화를 위해 미국과 중국은 대만 문제를 피해 양국간 적대관계를 완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해 8월 A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나토와 집단 방위 조항인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며 "한국, 일본과도 마찬가지"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가간 각서나 협정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독자적인 안보 태세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일본 등도 국방비를 크게 늘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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