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공급망 관리와 ESG

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2022.05.2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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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서 논의된 핵심 주제 중 하나는 공급망 관련 이슈였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하며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목표와 더불어 잠재적인 공급망 교란의 탐지와 대응을 위한 조기 경보시스템 운영,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품목의 공급망을 위한 장관급 회의체 구성 등의 언급은 공급망이 이제 물류 흐름을 넘어 국제 정치와 안보의 핵심 이슈로 대두했음을 보여준다.

냉전종식 이후 본격적으로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은 세계 경제의 발전과 빈곤퇴치에 크게 기여했다. 1987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배 커졌고 세계 평균소득은 24% 증가했다. 공급망을 통해 선진국의 기술은 단계적으로 이전됐고 개발도상국들은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성장과 확대는 불평등과 환경위협 그리고 인권침해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유엔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국제기구는 기업이 자체 사업장뿐만 아니라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 인권 및 환경실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해왔다. 하지만 자발적 규범이라는 한계로 인해 기업의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이에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일정규모 이상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권 및 환경실사를 의무화하는 법률이 제정되면서 기업에 협력업체와 공급망 전반에 대한 책임은 의무조항으로 발전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지속가능한 공급망 실사지침' 초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인권과 환경적 위험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노력이 기업의 경영전략과 통합돼야 한다는 원칙과 더불어 공급망 전반에 대한 실사의무를 통해 인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관련 내용을 공개토록 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준수하지 않아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을 지도록 했고 매출액의 일정비율에 상응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대상기업은 EU 회원국뿐만 아니라 역외국가의 기업에 대해서도 고용 및 매출규모에 따라 정해지는데 EU 전체 기업의 1%에 해당하는 1만3000개가 우선 적용 대상이 되고 역외기업의 경우 약 4000개 기업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공급망 실사지침은 ESG 경영이 더이상 선택사항이 아닌 의무사항이 됐음을 일깨워준다. ESG 경영은 착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 리스크를 예방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이윤창출을 위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보면 인권 및 환경실사는 결국 ESG와 상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의 과도한 간섭을 우려해 공정거래법상 경영간섭금지 규정을 뒀는데 이제 이러한 규정과 인권 및 환경실사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 등의 문제를 고민할 때가 됐다.

수동적으로 문제를 회피하거나 영향 최소화에 주력하기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공급망 관련 이슈에 대응하는 것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플레이어로서 취해야 할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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