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아 ATM 송금' 참 쉬운 알바, 1년간 감옥 가는 일이었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 2022.05.21 04:35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 시기에 사흘간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활동한 2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가 어리지만 보이스피싱의 사회적 폐해가 크기 때문에 실형을 선고했다면서 수감 생활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으라고 당부했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6단독 권형관 판사는 전날 오전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20)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는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청소년보호시설에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도 청소년보호시설 관계자와 함께 법정에 나와 선고기일에 출석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3일부터 5일까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3명에게 523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온라인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리고 '홀서빙보다 덜 힘들고 돈은 더 많이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다'는 제의를 받고 일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업무 지시는 텔레그램을 통해서 이뤄졌다. 신원미상의 인물이 텔레그램으로 업무 장소와 고객의 인상착의를 알려주면 택시를 타고 이동해 도착 장소의 사진을 찍어보냈다. 피해자를 만나면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고 적게는 1250만원에서 많게는 2400만원의 돈을 받아 챙겼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받은 돈을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100만원씩 나눠서 송금했다. 이 때 텔레그램으로 전달받은 모르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를 이용했다. A씨는 이체 방식에 의문이 들어 '불법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곧이어 텔레그램 메시지로 '정상 거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와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가 대면이나 화상 면접 없이 채용된데다 업무 강도에 비해서 비교적 많은 현금을 수당으로 챙겨서였다. 일하는 업체의 상호나 위치를 파악하지 않았고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만 18세 미성년자고 사회 경험이 없었지만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범행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가담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았고 보이스피싱 범죄는 간접적으로 가담한 자라도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의 나이가 어려서 고민이 많았다"며 "재판부 재량에서 최대한 선처했지만 실형 선고를 받았으니 항소를 해보라"고 했다. 또 "교도소에 있으면서 안 좋은 걸 배워오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지금 한 번은 실수지만 또 이런 일이 있으면 남은 인생이 달라지니 반성하면서 (수감 생활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계기로 만들길 바란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아르바이트 명목으로 청년층을 끌어들여 현금수거책으로 이용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의자 2만2045명 가운데 20대 이하와 30대 비율은 약 63%로 집계됐다. 연령대별 피의자 통계를 보면 20대 이하가 9149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4711명으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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