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형 실리콘밸리'와 '관악S밸리'를 조명한다

머니투데이 이경준 전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 2022.05.23 16:49
'성지(聖地)'의 전성시대다. 원래 성지는 '종교적 유적지'라는 의미였으나 라이더 성지, 캠핑 성지, 벚꽃 성지 등 자연환경이 좋은 곳을 지칭하더니 최근에는 휴대폰 성지, 디저트 성지 등 특정 상점을 홍보하는 입소문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벤처와 혁신창업에도 성지가 있다. 혁신창업은 뛰어난 기술력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근간으로 창업하는 것을 말한다. 자영업 등 일반 창업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지만 성공하는 경우 경제적인 효과가 국가 및 글로벌에도 영향을 미치며 고용창출 또한 기하급수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물론 민간에서는 혁신창업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의 벤처 성지를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세계 벤처의 성지는 어디일까? '실리콘밸리'를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탠포드대학, UC 버클리대학 등이 인접한 지역으로 1939년 HP가 창업한 이래 현재는 애플, 인텔, 구글 등 북미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LG 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도 입주해 있다. 국내 많은 도시들도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표방하고 있다. 서울·경기에서는 관악, 광교, 구로, 상암, 판교 등이 대표적이다. 인천 송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방에는 대전·충청의 오송, 유성, 천안, 대구·경상의 구미, 창원, 포항, 부산의 센텀 등을 들 수 있다. 각각 바이오, 인공지능, ICT 등 특화된 기술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 중 '관악S밸리'는 전국에서 가장 젊은 지역이다. 전체 50만여명 중 만 19~39세 청년인구가 약 40%에 달한다.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공학컨설팅센터 등과의 긴밀한 협업도 강점이다. KT, KB, 우리금융지주 등 기업들도 관악에 벤처육성 공간을 마련했다. 관악구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지난 1월에는 벤처촉진지구로 지정됐다. 벤처촉진지구는 지역 내 벤처기업에 세금감면 등 혜택을 주는 제도다. 2011년 이후 추가 선정이 없다가 11년 만에 관악S밸리가 신규지구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200억원 규모의 청년투자조합을 조성하는 등 관악S밸리의 벤처생태계는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세계 벤처도시의 특징은 '민간 주도'라는 점이다. 프랑스가 파리 근교에 방치돼있던 거대한 폐 기차 차량기지를 벤처캠퍼스인 '사트시옹F'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던 것에서도 민간의 역할이 컸다. 특히 순수 민간 IT교육기관 '에꼴42'가 강사, 교재, 학비 없는 3무 교육 프로그램으로 벤처기업에서 일할 훌륭한 인재들을 양성시킨 게 주효했다고 본다.


최근 발표된 윤석열정부의 국정 목표 중 하나인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에 공감이 간다. 특히 "예비창업부터 글로벌 유니콘까지 완결형 벤처생태계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는 벤처생태계에 희망을 주는 내용이다. 이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역 별로 특화된 혁신창업기업의 발굴·육성을 자율성과 창의성 기반에서 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는 모든 도시들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꿈을 현실화해 대한민국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리더로서 성장하는데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이경준 전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장(현 KT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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