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을 살펴보니 100년은 커녕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누더기 법안' 그 자체이다.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수사결과 불송치결정을 받아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주체에서 고발인을 제외한 부분이 가장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보인다. 환경범죄 등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거나, 아동·장애인 등 피해자가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운 사건, 공익관련 범죄에서 시민단체 등이 제기하는 고발 사건의 이의신청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경찰의 불송치결정이 대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고발인을 제외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극소수의 권력자, 특권층이고 이로 인하여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절대다수의 국민들이다.
고소인은 경찰의 불송치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나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동일사건범위 내에서만 수사를 할 수 있을 뿐이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는 중에 공범이 발견되는 경우, 허위자백임이 밝혀져 진범을 알게되는 경우, 연쇄살인 사건처럼 새로운 피해자가 확인되거나 연결된 범죄사실이 경우에도 검찰은 그 부분에 대한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수사가 지연되는 동안 범죄자들은 증거를 인멸하고, 해외로 도피하며, 공범들은 충분히 입을 맞출 것이고, 신고자에 대한 보복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권한에서 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범죄의 수사권을 박탈했다. 공직자범죄, 선거범죄에 대한 수사권 박탈은 부패한 공직자와 권력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고, 방위사업범죄는 검찰, 군검찰, 방위사업청, 안보지원사령부, 경찰, 감사원, 국세청, 금감원 등 범정부적인 합동수사가 필수적인 영역임에도 간단히 삭제해 버렸다. 이제는 삼풍백화점 참사, 광주 붕괴 참사 같은 대형참사가 발생해도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없게 돼 버렸다.
소위 검수완박 법안에는 범죄자로부터 우리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내용도 없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검찰개혁인가?'라는 자조섞인 한탄이 들려오는 것이다. 범죄자들은 제도가 안착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들은 날이 갈수록 고도로 지능화된 범죄수법을 장착하고 증거인멸, 도피의 기술이 발달하여 쌩쌩 달리고 있다. 오랜 시간 축적돼 온 검찰의 소중한 수사노하우를 사장(死藏)시키고, 수사역량을 꽁꽁 묶어 놓는다면, 범죄자들은 "CATCH ME IF YOU CAN"이라고 외치며 우리 사회 곳곳을 활보할 것이다. 개봉박두. 바야흐로 개정안이 시행되는 2022년 9월 10일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