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들은 동원산업의 자발적 합병비율 변경이 "파격적인 조치"라 평했다. 다만 합병 과정에서 무너진 신뢰 회복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19일 코스피 시장에서 동원산업은 전일대비 2500원(1.04%) 오른 24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합병비율 변경 소식에 장 초반 10%대 강세를 보였으나 매물이 쏟아지며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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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반발에 대주주 양보...합병 후 김남정 부회장 지분율 5.28% 하락 ━
합병 발표에 동원산업 소액주주와 펀드매니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동원산업을 자산가치가 아닌 시장가로 평가해 가치를 낮춘 대신 오너일가가 소유한 비상장사 동원엔터프라이즈에 후한 평가를 단행해 대주주에 유리한 합병이라고 비판했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이사회는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시장가가 아닌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종전 24만8961원에서 38만2140원으로 53.5%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합병 후 최대주주인 김남정의 지분율은 기존 48.43%에서 43.15%로 줄어들 예정이다. 대주주 지분이 5.28%포인트 감소하는 것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존 합병비율도 합법이었고 주주총회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다"며 "그럼에도 동원그룹이 소액주주의 요구를 수용해 합병비율을 변경한 것은 파격적 조치"라고 평했다.
그는 "소액주주 보호 측면에서 몇 가지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대주주 몫을 이만큼 양보한 것은 결단에 가깝다"며 "이번 동원산업의 결정은 향후 다른 기업의 합병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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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신뢰 회복 관건...펀드매니저들 "투자 근거 사라진게 문제" ━
다만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두가지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재산정된 합병비율에서도 동원산업의 기업가치가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반영되면서 자회사인 스타키스트의 가치가 1400억원으로 여전히 낮게 평가됐기 때문이다.
주주들이 생각하는 미국 참치캔 1위 스타키스트의 가치는 1조~1조5000억원에 달한다. 동원산업의 가치평가는 연결 재무재표(스타키스트의 가치가 6000억원으로 반영)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포럼 측은 합병비율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도 순자산가치로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원 측은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은 24만8961원에서 38만2140원으로 정정했지만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23만8186원을 유지했다. 이는 합병 공시 직전 주가(26만5000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동원산업 주식을 보유한 펀드매니저 K씨는 "동원산업에 뒤통수를 맞은 펀드매니저들은 신뢰가 무너졌기에 앞으로 이런 주식은 가능하면 매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 후 동원산업은 지주사로 변신하고 본업 비중도 줄어들어 참치 원양어업과 미국 참치캔 산업을 보고 동원산업에 투자했던 펀드매니저들은 투자 아이디어에 변화가 생겼기에 향후 주식을 매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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