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개인정보 가족들에 전송한 공무원들...공무상비밀누설 무죄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 2022.05.20 06:00
/사진=뉴시스

공무원이 코로나19(COVID-19) 확진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문건을 가족들에게 전송한 행위는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조재연)는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태안군청 소속 공무원 4명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 등 태안군청 안전총괄과 소속 공무원 4명은 2020년 1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보고' 문건을 촬영해 가족들에게 전송했다.

보고서에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성별과 나이, 가족관계 및 접촉자의 거주지, 직장 등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재판에서 쟁점은 해당 문건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였다.

형법 제127조에 따르면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 여기서 직무상 비밀이란 △정치·군사·외교·경제·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항 등이 해당된다.

1, 2, 3심은 모두 해당 문건이 직무상 비밀이 아니라고 봤다.

1심은 "당시 국내에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었고 질병관리본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확진자 및 접촉자의 성별, 연령, 동선 등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었다"며 "해당 문건이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공개된다고 해도 코로나19 예방과 관리 등에 관한 국가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해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 "피고인들은 공무원으로서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했고, 정보 주체들은 국민 모두가 코로나19 사태로 예민한 시기에 개인정보가 유포되어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심과 대법원 역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만을 유죄로 봤다. 하지만 벌금 100만원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했다.

2심은 "피고인들은 개인정보 누설의 범행 사실을 시인하면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가족들에게 개인정보가 담긴 보고서를 전송한 것으로 범행 경위에 다소 참작할만한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송 직후 보고서를 삭제해 전파가능성을 곧바로 차단한 점 등을 비롯해 그 밖에 양형조건을 감안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벌금 100만원에 대해 선고유예를 결정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직무상 비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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