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의 달걀'이 그렇듯 소비자들이 느끼는 작은 불편을 해소하고 아이디어를 보태면 꿀 소비는 더 늘어날 수 있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 꿀에 함유된 설탕 농도가 높을수록 영양 함유량은 커지지만 동시에 점도(유체흐름에 대한 저항성) 역시 상승해 꿀을 먹기에 불편했다. 반대로 꿀의 농도가 낮으면 먹기에는 쉽지만 함유된 영양함유량은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로컬웍스 정은정(39) 대표가 만들어 내는 '꿀'은 달랐다. 기존 꿀과 달리 끈적거리지도 않고 얼음물에도 잘 녹는 '색다른 꿀'이다. 꿀을 담은 용기는 투명하고 색색의 라벨이 붙었다. 빈 용기를 버릴 때 라벨을 쉽게 떼어내도록 한 건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의 책임이라고 했다. 도자기에 담긴 꿀 대신 세련된 디자인으로 포장된 꿀을 선보였다. 그의 '발칙한 상상'이 20~30대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께서 오래전부터 경남 산청에서 양봉업을 하셨어요. 그래서 꿀과 벌이 낯설지 않아요. 여러 사업을 해보다 꿀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야 겠다는 생각에 꿀 관련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2018년 로컬웍스 법인 등록을 했고, 제 또래인 20~30대를 타깃으로 일벌을 뜻하는 '워커비(workerbee)'라는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블렌딩허니를 만들 때 그는 꿀을 먹을 때 불편했던 점을 떠올렸다. 끈적거리는 꿀이 손에 묻거나 흐르지 않도록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했다. 소스나 잼, 케첩, 머스터드 처럼 테이블에 올려두고 자주 쓸 수 있도록 사이즈는 줄이고 디자인은 마치 장식용처럼 예쁘게 만들었다. 블렌딩허니를 음료나 디저트로 즐길 수 있도록 하기위해 전문가들의 도움도 구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프로그램을 신청, 꿀이 차가운 물에서도 잘 녹도록 하는 냉수 용해속도를 개선할 수 있었다.
정 대표가 만든 '우리쌀 꿀떡 만들기' 키트는 지난 해 대박을 쳤다. 집에서 간단하게 꿀떡을 만들 수 있는 제품으로 부모와 아이가 집에서 함께 만들며 놀 수 있다보니 코로나19(COVID-19) 상황에서 핫한 '집콕 아이템'이 됐다. 키트를 담아주는 박스를 종이 대신 틴케이스(금속으로 만든 통이나 상자)로 사용한 것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꿀이 아이,어른은 물론 청춘남녀의 데이트 아이템으로 확장됐다.
로컬웍스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있다. 꿀을 담은 플라스틱 병(bottle)은 100% 재활용할 수 있는 단일 소재 페트병이다. 라벨도 병에서 쉽게 떨어지는 리무버블(removable) 라벨을 부착한다. 포장용 하얀색 종이 박스는 인쇄를 최소화 한 무코팅 용지로 만들었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최소화하되 포장 용기 등은 재활용 하기 쉬운 걸로 사용한다.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정 대표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품도 로얄젤리나 프로폴리스, 천연 밀랍 등 양봉산물 전반으로 외연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생산공장 외에 쇼룸과 기업부설연구소 등도 마련해 세계인이 공감하는 양봉제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다.
"만약 식품제조업 창업을 꿈꾸는 분들이 계시다면 '포기하지 말고 행동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아무리 좋은 사업 계획이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구체화될 수 없잖아요. 지금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면 빨리(hurry), 집요하게, 실행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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