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시장 공급과잉 지속, 가격이상 현상 '여전'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22.05.18 04:06

글로벌 탄소가격과도 괴리 커, EU의 3분의 1수준 불과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시장의 가격이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배출권시장은 기업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가격을 부과해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배출량을 줄이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그런데 시장기능의 핵심인 가격발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에서 KAU21 할당 배출권 가격은 전일 종가 대비 5.25% 오른 2만1050원으로 마감했다. 모처럼만의 상승 마감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최근까지 4개월여 기간 동안을 보면 약세 흐름이 지속돼 왔다. 현재 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말 종가(3만5100원) 대비 40% 떨어진 수준에 그친다.

반면 해외 배출권 가격은 이 기간 오름세를 이어갔다. ICE(유럽선물거래소)에 상장된 탄소배출권 선물가격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 ICE(H)의 가격은 지난해 말 종가(1만2715원) 대비 11.4% 올랐다.

배출권시장에 상장돼 거래되는 종목은 △정부가 주요 기업에 할당한 배출권(KAU) 외에도 △외부사업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환한 상쇄배출권(KCU) △외부사업 감축량(KOC)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거래량이 가장 많은 KAU가 지표물로 쓰인다. 현재 지표물인 KAU21은 지난해 7월 상장돼 올 6월 말까지 거래된다. KAU22는 7월1일부터 거래되며 KAU21의 상장폐지는 이의신청 기간을 거쳐 8월 초순쯤 이뤄진다. 국내 배출권시장은 2015년 처음 개설돼 1기(2015~18년) 2기(2018~21년)을 거쳐 현재 3기(2021~25년)째에 접어들었다.

국내 배출권시장에서의 가격하락은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된 영향이다. 공급과잉의 1차적 원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자연적 감축분 증가가 꼽힌다. 2년여에 걸친 사회적 거리두기 및 공장가동 축소 등 여파로 기업들이 자연스레 감축실적을 쌓은 것이다.


현재 제도 운영상 구조적인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현재와 같은 가격이상 현상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1,2기 배출권시장 운영 기간에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배출권을 보유하던 기업들이 3기 1차 연도 마감기일인 올 6월말가지 해당 물량을 모두 소진해야 한다. 배출권시장 역시 시장인 만큼 과잉공급이 가격하락을 촉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배출권시장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증권사 20곳으로 하여금 PI(자기자본투자)를 통해 배출권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기도 했다. 수요 저변을 넓혀 가격을 지지하겠다는 취재로 풀이된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거래량 증가에 기여한 바는 극히 미미했다. 선물 등 가격변동성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넘어 자기자본으로 배출권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국내 배출권 가격은 글로벌 주요국의 탄소가격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유안타증권이 월드뱅크 등 자료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톤당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은 한국이 15.9달러로 유럽연합(EU, 49.8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탄소세 형태로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용을 부과하고 있는 프랑스(52.4달러) 캐나다(31.8달러) 스웨덴(137.2달러) 영국(24.8달러) 등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EU(유럽연합)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처럼 온실가스 규제가 미미한 나라로부터의 수입물품에 관세 성격의 부과금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주요국 시장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가격이상이 지속될 경우 CBAM 적용 배제를 위한 당국간 협상에서 우리나라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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