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IT강국 대한민국에서 종이로만 되는 일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 2022.05.18 05:30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우리나라는 국가가 지원하는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나라다. 여기에 더해 약 4000만명의 국민들이 비급여 진료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민간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에도 가입돼 있다.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촘촘한 의료서비스 보장 환경이 짜여져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진료·치료를 받고도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실손보험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시민단체들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실손보험 청구 관련 인식 조사에서 '최근 2년 이내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47.2%였다. 포기한 금액 중 30만원 이하 소액 청구권이 95.2%다.

실손보험 청구를 포기한 이유는 △진료금액이 적어서(51.3%)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3.5%) 등의 순이다.

요약하면 번거로운 과정이 싫다는 얘기다. 실손보험 청구가 번거로울 수밖에 없는 건 일일이 종이 서류를 받아 앱(애플리케이션)에 올리거나 직접 보험사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21세기 IT강국 디지털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을 수 없는 '아날로그' 그 자체다.

서류뭉치를 준비하기 귀찮아 받을 수 있는 금액과 권리를 내려놓게 하는 시스템이 몇년째 지속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종이는 이미 온라인 서류들로 대체된 지 오래다. 카드·통신비 명세서와 공문서를 이메일(e-mail)로 받아보는 게 더 자연스러울 정도다.


병의원에서 진료·치료를 받고 보험금 청구를 온라인을 통해 자동으로 할 수 있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시스템도 진작에 도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도입이 미뤄지고 있는 건 의료계 반대가 너무 커서다.

의료계는 환자 진료정보가 중간에 샐 수 있고, 이미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자율적인 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시행 중이라는 이유를 댄다. 국민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돈과 권리를 포기할 만큼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알짜 수익원인 비급여 정보가 노출되는게 부담스럽고, 연간 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진단서 발급 비용 수수료 수입 등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험사에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달갑지 만은 않은 제도다. 청구되지 않았던 보험금을 더 지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이제 도입을 찬성한다. 서류 처리에 드는 인력과 시간을 줄이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봐서다. 종이 소비를 줄일 수 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인식도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비효율적인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개선을 요구한 지 13년이 흘렀다. 지난해까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 개정안이 5개 상정됐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최근 관련 법 개정안이 또 발의됐다.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도 이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국민 권리와 편익을 극대화 시킬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국회가 이익단체가 아닌 국민의 대표라는 점을 다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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