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심신미약? '구로 살인'은 어렵다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 2022.05.17 05:40
새벽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무차별 폭행해 1명을 숨지게 한 40대 A씨가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행인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고 폭행한 남성이 범행 당시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필로폰 투약 후 이뤄진 범행에 대해 '심신미약'이 인정돼 감형이 이뤄지는 사례가 거론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1일 구로구 구로동 한 공원 인근에서 지나가던 60대 남성을 수차례 때려 쓰러뜨린 후 소지품을 챙기고 주변에 있던 연석(도로경계석)을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중국국적의 남성 A 씨가 최근 구속됐다. A씨는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자세한 투약시점 등을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A씨는 체포 직후부터 경찰 조사가 어려울 정도로 웃음을 터뜨렸는데 필로폰 투약에 따른 조증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A씨는 범행 이틀 뒤인 지난 1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때도 취재진 앞에서 웃음을 짓기도 했다.

형법 제10조 2항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판례에 따르면 술, 마약 등 향정신성약물로 심신미약 상태에 빠진 경우 감경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른바 '조두순 사건'에서도 법원은 조두순이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인정해 비교적 가벼운 징역 12년형을 내렸다.

당시 해당 규정은 심신미약이 인정될 경우 '감경한다'는 의무조항이었다. 조두순 사건 이후 비판 여론이 일자 해당 조항은 '감경할 수 있다'로 개정됐다. 심신미약을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재판부의 재량에 달린 셈이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에도 마약에 따른 심신미약을 주장해 형을 감경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초 마약에 취해 경비원을 폭행해 다치게 한 20대 남성 B씨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B씨는 필로폰을 매수하고 8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가 인정됐지만 폭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사정이 받아들여져 실형을 모면했다.

A씨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겠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살인의 경우 단순한 폭행보다 더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박도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수훈 대표변호사)는 "마약을 투약하면 스스로 심신미약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예견할 수 있어서 심신미약을 인정받기는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와 합의할 수 있고 또 감경을 하더라도 형량이 크게 줄지 않는 경우에 재판부가 심신미약을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살인의 경우 피해자의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고 심신미약으로 감경하면 형량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엄격하게 해석한다"고 말했다.

김범한 변호사(법무법인 YK) 역시 "마약을 투약하는 행위는 보통 자의적인 행위로 보기 때문에 이 경우 감경의 요소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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