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방 메시지가 부른 참극…"이슬람 모독했다"며 여대생 친구 화형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22.05.13 11:23
나이지리아 북부 소코토주/AFPBBNews=뉴스1
무슬림 인구가 대부분인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한 여대생이 '신성 모독'을 했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북서부 소코토주의 셰후 샤가리 사범대학 경제학과 학생 데보라 사무엘은 이날 오전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뒤 불에 타 숨졌다. 학교는 사건 직후 폐쇄됐으며, 사무엘 살해와 연관된 2명의 용의자가 체포된 상태다.

이번 사건은 학생들이 모인 단체 메신저 방에서 시작됐다. 익명을 요구한 목격자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왓츠앱 그룹이 있다. 야쿠부는 무슬림 동료 학생들이 이슬람 관련 작품을 올리자 이를 비판했다"며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포함된 음성 메시지를 메신저 방에 올렸다. 그것이 이 모든 일을 촉발했다"고 전했다.

나이지리아 현지매체인 이도마 보이스는 "사무엘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음성 메시지를 입수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사무엘은 "이 대화방은 종교적인 게시글을 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종교 게시글이 아닌 시험, 과제 등이 있을 때 안내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 메시지에 '성령'(Holy ghost)이라는 표현이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사무엘은 기독교 신자로 추정된다.

무슬림 학생들에게는 사무엘의 발언이 신성 모독으로 해석됐다. 이에 분노한 학생들은 사무엘을 끌어내 돌을 던지고 막대로 내리치는 등 집단 폭행을 가했다. 경찰이 학생들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쏘고 하늘에 총을 발사했으나 그들은 끝까지 저항했다고 한다.

경찰과 학교 보안 직원들은 사무엘을 구하려고 했지만 학생들에게 제압당했다. 사누시 아부바카르 경찰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학교 측이 피해 학생을 보안실에 숨겨뒀으나 학생들이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사무엘과 학교 건물 등에 불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2억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나이지리아는 북부 이슬람교와 남부 기독교 지역으로 양분돼 있다. 두 지역의 첨예한 종교적 대립으로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보코하람 2009년부터 나이지리아에서 3만명 넘게 살해하고 200만명을 피란길에 오르게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납치한 기독교 신자 20명을 처형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인 파루크 크페로기 미 케네소 주립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애석하게도 '신성 모독'에 대한 복수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이같은 범죄가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너무 오랜 기간 지속하고 있다"며 "이를 멈춰야 한다. 소코토 주정부는 사건 관련자들을 즉각 적발해 본보기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야만적 살인 행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지리아 무슬림 인권 운동가인 아이샤 예수후도 "아무도 다른 사람을 죽일 권리는 없다"고 규탄했다.

이번 사건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사무엘을 살해한 이들이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의 변호사인 아우두 마이코리는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나이지리아이기 때문에 (살인자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이곳에서는 돈이 많거나 사회·정치적인 협의만 있으면 무엇이든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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