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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보국' 일념으로 산업 불모지 개척━
1980년 럭키 대표이사 재직 시절 구 회장은 기업과 나라가 잘 되려면 기술력만이 해답이라고 여겼다. 당시 세계 석유화학시장 수출 강국인 일본과 대만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구 회장은 "우리는 지금 가진 게 없다. 자본도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장도 없다. 오직 창의력과 기술, 지금 우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현장을 누볐다. 어느 공장을 가도 그의 손때가 묻지 않는 곳이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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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사업부를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으로 만들기까지━
LG에서 화학, 전자, 반도체, 건설,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핵심사업의 기반을 다진 경영자가 LG유통에서 가장 작은 아워홈 사업부를 가지고 분사 독립할 때 주변에서 의아해했다. 역량에 비해 너무 작은 규모의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 사업부를 연매출 2조원에 가까운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웠다.
구 회장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먹는 만큼이나 만드는 과정을 좋아했다. 미국 유학 중 현지 한인마트에 직접 김치를 담가주고 용돈벌이를 했을 정도다. LG건설 회장 재직 당시 LG유통 FS사업부에서 제공하는 단체급식이 개선할 점이 많다고 느꼈다. 2000년 아워홈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맛과 서비스, 제조, 물류 등 각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그는 단체급식사업도 연구개발(R&D)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워홈은 2000년 단체급식업계 첫 식품연구원을 설립하게 된 배경이다.. 당시 "단체급식 회사가 대량 생산만 하면 되는데 굳이 연구원까지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구 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설립 이래 지금까지 1만5000건의 조리법을 개발했다. 노로바이러스 조사기관, 축산물위생검사기관, 농산물안전성검사기관 등 공인시험기관으로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해외로도 나갔다. 아워홈은 2010년 중국 단체급식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 베트남 하이퐁 법인 설립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으며 2018년에는 기내식 업체 HACOR를 인수하며 기내식 사업에도 발을 디뎠다. HACOR는 현재 LA국제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들에 기내식을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공공기관 식음서비스 운영권을 수주했다. 이어 폴란드에 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시장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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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경영자 구 회장… "같이 고생한 직원들에 감사"━
와병 전 아워홈 경영회의에서 구 회장은 "요새 길에서 사람들 보면 정말 커요. 얼핏 보면 서양사람 같아요. 좋은 음식 잘 먹고 건강해서 그래요. 불과 30년 사이에 많이 변했습니다. 나름 아워홈이 공헌했다고 생각하고 뿌듯합니다"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구 회장은 또 "은퇴하면 경기도 양평에 작은 식당 하나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커져 버렸어요. 그동안 같이 고생한 우리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요"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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