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만원→69만원 추락한 '황후의 주식'...골드만삭스도 "SELL"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22.05.13 04:35
'17년 연속 성장'이 꺼져버린 주식에 애널리스트들은 냉정했다. "SELL(매도)" 의견을 던진 골드만삭스를 필두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18년 연속 성장 신화가 끝났다"며 철 지난 성장주에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12일 코스피 시장에서 LG생활건강은 전일대비 12만원(14.8%) 내린 69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7월1일 기록한 178만4000원의 눈부신 역대 최고가로부터 61.3% 급락한 가격이다. 이날 종가는 2015년 이후 최저가로 7년만에 70만원을 하회했다.

전일 발표된 LG생활건강의 1분기 매출액은 1조6450억원, 영업이익은 1756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각각 18%, 48% 밑돌았다.


화려했던 17년 멈출 수 없던 성장의 끝?...달도 차면 기우나


"화장품 부문 매출 하락세는 가히 충격적이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면세 매출이 68% 하락하고 중국법인 매출은 32% 줄었다"고 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핵심 성장 동력이던 '후'의 매출 정체가 현실화됐다며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단 견해를 냈다.

LG생활건강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차석용 부회장이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2005년 3만원에서 출발, 지난해 178만원까지 급등한 '기적의 주식'으로 통한다. 17년 연속 성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경영학 교과서에 나올 법한 기적의 성장, 초장기 주가 상승의 정석, 역대급 CEO의 역량을 모두 보여줬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경쟁사 영업이익이 박살난 2020년에도 LG생건은 2.1% 매출을 늘리며 K뷰티 1위로 올라섰다. 그랬던 LG생건이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된 1분기 실적 쇼크를 맞았다. '후'가 주로 유통되던 상하이 항구가 3월 봉쇄되며 물류창고에서 제품을 꺼내 유통하는 길이 막힌 여파였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영업환경의 악조건은 다른 화장품 브랜드에도 같았는데 후만 매출이 급락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라고 했다. 그는 "1분기 설화수 매출이 전년비 8% 증가하고 에스티로더 매출도 5% 감소에 그쳤는데 후는 매출이 54%나 감소했다"며 "이번 실적은 후의 중국 브랜드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들게 한다"고 평했다.


주식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믿음의 주식'은 기업가치 프리미엄을 받는다. LG생건이 그랬다. 하지만 믿었던 LG생건의 실적이 붕괴되자 투자자들은 LG생건에 대한 특혜를 거뒀다. 불과 1년도 안 돼 주가가 60% 넘게 폭락한 이유다.


역대급 CEO의 선택은? '황후의 귀환'을 기다리며


中 시진핑 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도 즐겨쓴다는 LG생건의 대표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 황후의 궁중비방을 화장품으로 만들었다는 이 브랜드는 2003년 탄생했다. 경쟁사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모태 '설화'가 1987년 탄생한 걸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다.

2005년 차석용 부회장 취임 뒤 '후'는 LG생활건강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핵심병기가 됐다. 아시아권을 통틀어 가장 기품있는 이미지의 이영애를 모델 삼아 LG생건의 모든 마케팅 역량을 집중시켰다. 2009년 브랜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뒤, 2018년에는 연 매출 1조4200억으로 설화수를 제쳤다. 지난해 후의 매출은 2조9300억원에 달하며 4~5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톱3 랑콤·시세이도·에스티로더에 도전할 글로벌 브랜드로 올라섰다.

그랬던 후의 1분기 매출이 54% 급락했다. 시장에 비관론이 팽배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차석용 부회장이 또 한 번의 '반전 드라마'를 보여줄지 주목하고 있다. 비록 중국시장에서 대도시 봉쇄, 사치품 소비억제조치, 중국 보따리상 협상 문제가 겹치며 쇼크가 있었지만 이 모든 악재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후의 핵심인 스킨케어 특성상 소비자 충성도가 높아 불과 몇 개월만에 고객층이 대규모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 물류 재개시 상황 반전이 예상되고 매출 분수령인 6.18 쇼핑축제도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더 히스토리 오브 후 환유고 라인 제품 이미지/사진=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은 이날 봉쇄됐던 상하이 법인 유통망을 재가동한다고 밝혔다. LG생건 관계자는 "지난 4일 상하이시 상무위원회에서 발표한 '조업 가능 화이트리스트 기업'에 포함돼 15일부터 물류 사업이 정상화된다"고 밝혔다. 유통망 정상화로 상하이 보세구역에 묶인 제품 유통에 숨통이 트이고 중국 전역 배송이 재개된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영향을 제외하면 일본과 북미는 안정적"이라며 "중국 내 물류 거점이 상해와 심천에 있어 중국 매출이 부진했는데 하반기 중국 정상화가 가시화되면 기업가치와 투자심리 회복도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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