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NFT 게임, 거품인가 혁신인가

머니투데이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벤처창업학회장 | 2022.05.12 02:05
전성민 가천대 교수
1984년 대법원 판례에 이런 판결이 있다. 피고인이 그의 아들 생일이라면서 사온 돼지고기를 안주로 술을 사 마시자고 해 나머지 피고인 4명이 각각 1000원을 내고 성냥개비 10개씩을 나눠갖고 속칭 '고스톱'을 쳤다. 3점, 5점, 7점에 성냥개비 1개, 2개, 3개씩 내기로 하고 한 사람이 성냥개비 전부를 따면 자신이 내놓은 1000원은 회수하고 나머지 돈으로 술을 사기로 했는데 이것이 도박죄에 해당하느냐는 것이다. 판결 결과 피고인 등의 연령, 직업, 재산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오락에 불과해 도박죄가 아니라고 했다.

예전에는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고스톱을 많이 쳤다. 동전들을 꺼내고 모자란 동전은 성냥개비로 대신했다. 그런데 판이 거듭될수록 동전들은 사라지고 성냥개비만 남는다. 고스톱판에서도 '그레셤의 법칙'이 적용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사람들이 재물로서의 실질가치가 더 높은 양화를 챙기고 재물로서의 가치는 낮지만 화폐로서의 가치가 같은 악화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시중에 악화가 늘어난다.

요즘 NFT(대체불가토큰)를 이용한 P2E(Play to Earn)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용자들이 게임아이템을 현금화해 게임플레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개념의 게임방식이다. 이용자가 게임을 하면서 획득한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고유한 NFT로 만들어 이용자간 거래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게 한다. 과연 NFT게임은 지속적 성장이 가능할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P2E게임은 사행성을 이유로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을 수 없다. 국내 게임회사들은 P2E게임 사업을 하기 위해 국내 규제를 피해 해외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시장에 주력한다. 국내 이용자들 또한 국외접속으로 P2E게임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이용자들이 게임 속 아이템을 거래하는 '그레이마켓'은 엄연히 존재했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와 같은 MMORPG(대규모다중이용자역할수행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개인간 거래하는 사이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다. 아이템을 구매해서 빠르게 높은 레벨로 게임을 즐기고 싶은 이용자들과 게임을 오래 해 게임에 쓴 시간을 현금으로 회수하고자 하는 이용자들의 니즈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게임 내 아이템을 실제 화폐로 교환하는 시장이 생기고 아이템 거래 중개업체가 나타났다. 국내 게임아이템 거래시장 규모는 연간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NFT를 이용한 P2E게임 도입이 이뤄지면 게임아이템이 개인 소유로 바뀌면서 같은 아이템을 여러 다른 게임에서 쓸 수 있는 이른바 '멀티호밍'(Multi-homing) 게임설계가 가능하다. 그리고 게임아이템 거래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지금은 개인간 거래로 묵인하는 게임아이템 거래를 음원이나 미술품 지식재산(IP) 투자와 같이 거래환경을 개선하고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회사의 절반 이상이 영업손실의 한계상황에 놓였는데 P2E게임은 지식재산권 거래수입을 통한 매출을 증대하고 30%에 달하는 앱마켓 수수료 원가를 절감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P2E게임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게임행위는 영리활동이 될 수 없다'는 규범의식을 가져왔고 게임으로 돈을 번다면 노동을 경시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P2E게임 또한 현금화 과정 중 일찍 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이 이익을 거두는 구조로 돼 있다. 또한 게임회사가 인위적으로 NFT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점이 잠재적인 위험이다.

최근 인수위는 '디지털자산 인프라 및 규율체계 구축'이라는 목표로 국내 가상화폐 발행(ICO)을 허용했다. 게임이 영화, 만화 등 각종 콘텐츠 영역에서 융복합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게임산업에 지나친 규제가 있는지,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한 관리체계 구축방안에 대해 새로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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