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1939.08원으로 휘발유 가격(리터당 1942.38원)보다 불과 3.3원 낮았다. 지난 1월1일 경유(리터당 1441원)와 휘발유(리터당 1622원)간 가격 차이가 리터당 181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통상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보다 리터당 200원 안팎 저렴했었다.
실제로 전국 40%에 가까운 주유소에서는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을 역전했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 1만1039개소 가운데 4144개소(37.5%)에서 경유 가격이 더 비쌌다. 지역별로 보면 전일 기준 인천과 제주에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비쌌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에 가깝게 치솟은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자체 정유시설이 적은 유럽에서는 그간 경유를 러시아에서 수입해 왔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한 후 유럽 각국은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러시아 이외의 지역에서 경유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제 경유 수요가 큰 폭으로 확대됐고 휘발유보다 경유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올랐다.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지난 1월3일 기준 배럴당 92.64달러(약 11만8000원)에서 전일 142.7달러로, 올들어 약 54%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배럴당 90.34달러에서 156.96달러로 74% 뛰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모두 올랐으나 경유 상승폭이 20%포인트 가량 컸던 셈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폭 확대 또한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비슷해진 원인이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유류세 인하율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리터당 82원, 경유는 리터당 58원씩 세금이 낮아졌다. 휘발유의 유류세 인하폭이 더 큰 셈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원래 정유사에 출고되는 가격은 LPG(액화석유가스)와 경유, 휘발유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세금 때문에 가격차이가 발생했던 것"이라며 "여전히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더 많지만 (유류세 인하로) 줄어든 세금이 휘발유가 더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경유 가격 급등이 물류비 등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유는 대형 화물차나 택배차 등 물류산업에서 주로 이용한다. 경유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 결국 택배비 등이 올라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유 교수는 "승용차는 휘발유를 넣는 경우가 많아 경유 가격 상승을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만약 택배비가 오르면 모두가 경유가격 상승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도 경유라 물가가 오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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