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배 뛴 LNG 가격, 현실판 탄소중립[광화문]

머니투데이 진상현 산업1부장 | 2022.05.11 05:21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향해 뛰고 있는 요즘 전세계 에너지 시장의 최대 화두는 신재생에너지도, 수소도 아닌,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다. 상대적으로 탄소 발생이 적어 석탄·원유 수요의 대체재로 수요가 늘고 있는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공급망이 불안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EU 천연가스 시세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3월 한때 ㎿h당 200유로를 넘었다가, 5월 들어 100유로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100유로면 1년 전보다 5배 뛴 가격이다.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역시 비슷한 폭으로 오른 상태다.

LNG는 가정용, 산업용, 발전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기준 LNG 발전 비중이 26.4%로, 원자력(29%)에 버금가는 주력 발전원 중 하나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연료로도 LNG만한 게 없다.

연료 가격이 오르면 발전 원가도 높아진다. 전기요금 상승은 소비자 수용성을 떨어뜨린다. 탄소중립을 위해선 발전 단가가 더 높은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높여가야 하는 상황. '브릿지 에너지'로 불리는 LNG 가격 급등은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의 '2022 LNG 보고서'에 따르면 LNG수요 규모는 2040년까지 지난해 대비 90% 성장, 연간 7억톤에 달할 전망이다.

화석연료인 LNG 가격 급등은 탄소중립이 현실에 발을 딛고 추진돼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이상만 좇다간 에너지 부족, 가격 불안정, 소비자 반발 등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지난 4일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수소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청정 수소' 범위 논란도 현실을 도외시한 사례다. 이 법안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분리해 청정수소를 별도의 의무구매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 골자다. 의무적인 수소 수요를 창출해 수소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게 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추진한 법안이었지만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이 의무 구매 대상을 '그린수소'로만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한동안 법안 처리가 지연됐다. 수소는 화석연료를 이용해 만드는 '그레이수소', 여기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탄소포집' 기술을 이용해 탄소배출을 줄인 '블루수소',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배출이 없는 '그린수소' 등으로 나뉜다. 그린수소만 청정에너지로 인정할 경우 상당기간 대부분의 수소 생산을 담당할 블루수소, 그레이수소 등이 제외되면서 수소를 활용하는 연료전지, 수소터빈, 암모니아 혼소 발전, 수소 충전소 등 생태계 구축도 지체될 수 밖에 없다. 수소경제 육성이라는 법안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는 셈이다. 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블루수소를 포함하는 쪽으로 절충이 됐지만 법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수소 기업들 입장에선 몇달을 허송세월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은 이전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 시점은 유지하면서도 역할이 축소됐던 원자력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무탄소 에너지원의 하나로 원자력을 적극 활용해 다른 부문의 탄소 감축 부담을 줄인다는 복안이다. 신재생에너지에 '올인' 하다 시피했던 이전 안에 비해 현실로 한걸음 더 들어온 버전이다.

탄소중립은 쉽지 않은 목표다. 당장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 새로운 전기 수요가 급증한다. 무탄소 또는 저탄소 에너지 생산이 이에 못미칠 경우 기존 화석 연료에 다시 의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이 반복되고, 탄소중립을 향한 의지도 시험받게 될 것이다.

탄소중립은 현실이다. 현실에 기반한 충분한 소통과 치밀한 전략, 민간과 정부의 팀웍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그래야 그 속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국민들의 먹거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새로운 청정 에너지 세상이 열릴 수 있다. 새 정부 5년이 '현실판 탄소중립' 정책이 본격 가동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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