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은 자살" 마이우폴 최후 항전 나선 우크라군…"외부 지원을" 호소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 2022.05.09 13:10
우크라이나 동남부 해안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폭발이 일어난 모습. 이 사진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NR) 내무부가 공개한 것이다./뉴스1=AFP
"항복은 자살과 같습니다. 우리는 아직 무기와 식량이 남아 있어 버틸 수 있고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에서 최후 항전지인 아조우스탈 제철소 지하벙커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절대 항복하지 않겠다는 전의를 다졌다. 그러면서 남은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선 외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절박하게 도움을 호소했다.

8일(현지시간) 가디언,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제철소에는 아직도 우크라이나 준군사조직 아조우 연대 등에 속한 병사 약 2000명이 지하 벙커와 터널에 몸을 숨긴 채 러시아군과 대치하고 있다. 이 가운데 700명가량은 부상자다.

이들은 이날 온라인 화상앱 줌을 통해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에 항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안전지대로 후퇴하도록 퇴로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조우 연대의 정보장교인 일리야 사모일렌코 중위는 "마리우폴 수비대의 군인 모두는 러시아와 러시아군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목격했다. 우리는 증인들인 셈"이라면서 "러시아는 우리의 생사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항복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스스로 죽은 목숨으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두려움 없이 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모일렌코 중위는 우크라이나 정부도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가 남부에서 북부보다 훨씬 더 빠른 진전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남부를 방어하는 데 실패했고, 마리우폴 수비대의 운명을 내동댕이쳤다"고 말했다.

[자포리자=AP/뉴시스] 5일(현지시간) 가족과 함께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을 탈출해 자포리자 피란민 센터에 도착한 한 소녀가 창밖을 내다보며 웃고 있다. 2022.05.06.
한때 아조우 연대 등과 함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머물던 민간인들은 이날부로 전원 마리우폴 바깥으로 옮겨졌다.

유엔의 오스나트 루브라니 우크라이나 인도주의 조정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마리우폴에서 170명이 넘는 민간인을 우크라이나군이 주둔한 남동부 도시 자포리자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데니스 프로코펜코 아조우 연대 사령관도 제철소 내에 있던 민간인이 전원 피란했다고 확인했다.


아조우 연대의 스비아토슬라우 팔라마르 부사령관은 마리우폴에서 마지막까지 저항 중인 우크라이나측 병사들에게도 대피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 가지 감정을 상하게 하는 건 정치인들이 민간인들을 피란시킬 테니 너희는 (싸움을) 계속하라고 말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정부야말로 러시아와의 전쟁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아 마리우폴에서 2만5000명이 넘는 민간인이 숨지도록 한 이들이라고 비판했다.

아조우 연대 측은 가장 가까운 우크라이나군 부대도 100㎞ 이상 떨어져 있어 우크라이나 당국의 도움 없이는 후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주변을 포위한 러시아군 병력에 대한 폭격 등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3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있는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러시아 군의 공습을 받아 크게 파괴된 모습이 보인다. (C) 로이터=뉴스1
그렇지만 우크라이나 군사들에게 필요한 지원이 제때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를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함께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군사적 수단으로 마리우폴을 해방하는데 충분한 중화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 채널을 이용해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 민간인을 피란시키는 건 가능했지만, 병사들을 빼내는 건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러시아 병사와 러시아군, 지휘부, 러 연방의 정치 지도자들은 우리 병사들을 보내주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전승일을 앞두고 마리우폴을 전리품으로 내세우기 위해 제철소에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마리우폴은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크름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로, 러시아는 마리우폴을 점령해 돈바스 전체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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