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홍남기의 마지막 당부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 2022.05.09 05:30
"국장 때부터 노력했는데 부총리가 돼서도 못했다"

4일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자처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역대 최장수 재임 기간 중 아쉬운 점 중 하나로 '서비스 산업 발전법'(서발법) 입법 실패를 들었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재정준칙 법제화 실패에 버금갈 정도로 아쉽다는 홍 부총리의 말에서 꼭 해야하는 일을 이루지 못하고 떠난다는 회한마저 느껴진다.

서발법은 서비스 산업 발전 지원 근거를 담은 법으로 2012년 7월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됐다. 유통과 의료, 교육 등 7개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선, 자금·인력·기술 지원, 조세 감면 등 근거를 담았다. 20대와 21대 두 국회에서 논의됐으나 의료민영화 등에 대한 우려로 제정되지 못했다.

홍 부총리는 그간 꾸준히 서발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발법이 국회 소위원회 등에 상정될 때마다 페이스북을 통해 수차례 관심을 호소했고, 2019년 IMF(국제통화기금)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취재진과 만나 "바이오 산업은 규제 때문에 아우성인데 글로벌 기준 정도로 완화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막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서비스업 취업자의 노동생산성은 6만4000달러(약 8131만원)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6개국 중 28위다. 미국(12만1000달러)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고 한국과 경제구조가 유사한 독일(7만7000달러), 일본(7만4000달러)보다도 낮다.


공교롭게도 서발법은 새 정부 경제수장을 맡을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도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이다. 세부 사항에 대한 이견은 있으나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는 신·구 정부 경제수장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도 서발법이 포함돼 있다.

홍 부총리가 아쉬운 점으로 꼽은 사안 중 부동산 시장 안정과 재정준칙 제정은 '더 잘했어야 한다'는 성격이라면 서발법 제정은 '꼭 했어야 한다'는 사안이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의 문제의식이 일치하는 만큼 새 정부에서는 대화를 통해 서발법 숙제를 풀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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