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모교 '협찬품'에 레드벨벳…경복고 축제는 SM 신인 필수코스?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 2022.05.04 19:00

SM "초청 들어와 출연료 받고 공연…문제 없어"

SM엔터테인먼트(SM) 소속 그룹 에스파가 최근 경복고등학교 행사에 참여했다가 학생들에게 봉변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복고는 SM 이수만 회장의 모교이다. 이전부터 소녀시대 등 수많은 SM 소속 그룹들이 축제에 다녀갔다. '사실상 동원되는 게 아니냐'는 여론도 일고 있다. 소속사 회장의 모교 행사에 아이돌이 참여하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소녀시대, 레드벨벳도 다녀가...경복고 축제가 SM 신인 필수코스?


여성 아이돌 에스파가 지난 2일 서울 경복고등학교 행사에 참여했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SNS에는 경복고에 온 에스파 사진과 "만지는 것 빼고 다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 팬들은 해당 계정의 소유주가 경복고 학생이라고 보고 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갈무리
에스파는 지난 2일 서울시 중구에 있는 경복고등학교의 개교 101주년 기념 동문 모임에서 공연을 했다. 공연 장소는 본관 강당이었고 총 3곡을 불렀다.

공연이 끝난 후 멤버들이 학생들에게 봉변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생 4명이 무대에 난입하는가 하면 멤버들이 경호원 없이 학생 인파를 뚫어야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 과정에 일부 학생이 멤버들을 만지려 해 한 교사가 '그러다 성추행 신고당한다'고 경고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는 멤버들 사진과 "만지는 거 빼고 다했다" "X스(성관계)"란 글도 올라왔다. 에스파 팬들은 이 계정들의 주인이 경복고 학생이라 추정한다.

경복고는 논란이 커지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공연 관람 예절과 사이버 예절,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레드벨벳, 2017년 NCT 드림이 경복고등학교 행사를 찾아 공연하는 모습./사진=유튜브 등 갈무리

에스파 전에도 경복고 행사에는 여러 SM 연예인들이 찬조 공연을 했다. 세월호 참사, 코로나19로 축제가 최소된 때를 빼면 SM 연예인이 매년 다녀갔다. 2008년 소녀시대, 2008·2009·2010년 샤이니, 2012년 에프엑스, 2013년 엑소 K, 2015년 레드벨벳, 2016년 NCT 127, 2017·2019년 NCT 드림 등이 동문회와 체육대회 등에서 공연했다.

SM을 설립한 이수만 회장은 경복고 출신(46기)다. SM은 매번 경복고의 초청을 받았고 적절한 출연료도 지급받았다고 설명한다. SM 관계자는 "학교 축제는 일반적인 상업 행사보다 출연료가 낮다"면서도 "행사의 성격에 맞는 출연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복고에만 찬조 공연을 다니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SM 측은 2004년 동방신기의 하남고 체육대회 공연, 2008년 소녀시대의 서울 영동고 공연을 거론했다. 하남고는 동방신기 멤버 2명의 모교이다.


경복고 축제에 참여하는 연예인은 대체로 SM 막내 그룹이다. 에스파를 비롯해 NCT 드림, 레드벨벳 등이 경복고에서 공연할 당시 SM 막내였다. 샤이니는 2008년 데뷔 5일 전에 경복고 행사에 다녀가기도 했다.

SM 소속 걸그룹 레드벨벳은 2019년 경복고등학교 동문 체육대회에 참여해 찬조 공연을 했다. 당시 경복고는 졸업생들이 협찬한 물건들을 현수막으로 만들어 홍보했는데, 레드벨벳이 이수만 SM 회장의 '협찬 품목'으로 적혀서 팬들 사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인스티즈' 갈무리

일부 팬들은 이 회장이 막내 연예인들을 '협찬' 차원에서 축제에 제공하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다. 이런 의혹은 2019년 레드벨벳이 경복고 동문 체육대회에서 공연할 당시 불거졌다. 당시 경복고는 졸업생들이 보낸 가전제품 등 협찬품을 현수막에 정리했는데 레드벨벳도 이 회장의 협찬품으로 적혀 있었다.

7년째 아이돌 팬덤 활동을 하는 A씨(29)는 "경복고 행사가 SM 신입의 필수코스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신인들은 보통 기획사와 최소 5년 이상 계약이 남아있는데 거부했다가 보복을 당할지 모르니 비자발적으로 고등학교 축제에 동원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스파가 데뷔할 때부터 팬이었다는 윤모씨(31)도 "에스파는 글로벌 스타인데 고등학교 강당에서 공연을 하고 싶겠나"라며 "거부하고 싶어도 소속사 회장 모교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아니겠나"라 말했다.


외국서 "K-POP 가수는 인형" 눈초리…전문가 "부정적 인식 퍼질수도"


에스파 지젤(왼쪽부터), 윈터, 카리나, 닝닝이 지난해 12월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에서 열린 ‘2021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AAA)’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소녀시대, 레드벨벳, 에스파 등 축제에 다녀간 가수들은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해외에 알린 한류 스타"라며 "그 수준에 걸맞게 행사 일정을 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자칫 K-POP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외국의 일부 문화 평론가들은 K-POP 아이돌들을 '인형', 기획사를 '공장'이라고 본다"며 "전세계가 주목하는 K-POP 예술가들이 설립자 모교 행사에서 공연한다면 자발적 참여 여부와 관계 없이 'K-POP 예술가는 수동적이다'란 인식이 굳어질 수 있다"고 했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명동에 '음료 컵' 쓰레기가 수북이…"외국인들 사진 찍길래" 한 시민이 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