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300원 갈 수도"...금융위기 수준 육박한 환율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 2022.05.02 16:07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스텝' 금리인상이 임박한 가운데 중국의 봉쇄령 확대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2020년 코로나19(COVID-19) 사태의 충격으로 환율이 일시적으로 급등했을 때를 제외하면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265.1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달 28일에는 1272.5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음날 1250원대로 소강 상태를 보였다. 이날은 장 초반부터 1260원선으로 올라서더니 점차 상승폭을 키웠다.

종가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270원선을 넘었던 건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19일(1285.70원) 이후 2년1개월 만이다. 이때를 제외하면 2008년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7월 이후 약 13년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이 정책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오는 3~4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은 정책금리를 0.5%p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인스 연준 총재는 오는 6월 FOMC에서 정책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까지 언급한 상황이다. 미국 정책금리의 상승은 달러화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여 강달러 요인으로 작용한다.

당초 시장에서도 연준의 긴축정책을 전망해왔지만 최근 들어 인상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 전망이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여기에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8.5%)이 정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도 금융시장 불안 요소로 꼽힌다. 5월 빅스텝 인상에 6월 자이언트 인상까지 현실화된다면 미국 기준금리는 두 달만에 1.25%p나 오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국 봉쇄령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에서는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 일부 지역까지 봉쇄령이 확산됐다. 중국 봉쇄령은 우리나라 4월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데, 지난달 중국향 수출은 전년대비 3.4% 감소하며 18개월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FOMC 정례회의 이전까지는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속적으로 환율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심리적 지지대가 무너졌고 엔화와 위안화 등이 약세를 보임에 따라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원/달러 환율은 1260~1285원 사이에서 움직이며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5월에 이어 6월까지 FOMC 회의가 예정돼있고 당분간 연준의 긴축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우려가 본격화된 2020년 3월 당시 고점인 1285원까지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 붕괴 우려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현재 우려되는 연준의 빅스텝은 지난해부터 점진적으로 가격이 반영됐고, 시스템 붕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1300원을 넘어서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원화 약세 요인이 강해 상단을 1300원까지 열어 둘 필요는 있다"며 "지난달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급등했던 것을 보면 원화 약세에 대한 불안심리가 당분간 지속적으로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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